시인의 관심은 온통 주(主)께 쏠려있다. 13절의 길지 않은 시 속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가 主다. 1절에 “주께서 주의 땅에 은혜를 베푸사”라는 구절이 있고, 2절에 “주의 백성의 죄악을 사하시고”라는 말씀, 3절에 “주의 분노”와 “주의 진노를” 돌이키셨다고 하고, 5절도 “주께서 우리에게 영원히 발분하시겠나이까”라고 했고, 6절에는 “주의 백성으로 주를 기뻐하게 아니하시겠나이까”라는 말씀이 있고, 7절은 “주의 인자”와 “주의 구원을 우리에게 주소서” 라고 했으며, 13절에는 “주의 종적으로 길을 삼으리로다”라는 표현으로 시를 마감한다.
이 땅에는 주를 찾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주께만 모든 것을 기대하고 오직 그분만 의지하지는 않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 권세도 명예도 물질도 얻으려 하고, 이와 더불어 영생 복락을 위해 주님을 찾기도 한다. 즉 자기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력으로 획득하고,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들에 한에서만 주님께 요청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인은 ‘의지가 박약해서 모든 것을 다 주님께만 의지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 전체적 흐름을 놓고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 모든 것의 주인이 주님이시고, 그분이 계획하고 약속하신 대로 세상만사가 움직이고, 그분만이 우리의 죄와 허물을 사하시고 죄악에서 구원해 낼 수 있기에 피조물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주 외에 다른 것에 기대를 걸 수 없기에 주님만 찾는 것이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간다”(롬11:36)는 말씀을 기억하는가? 성도라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말씀이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다 주에게서 나왔다. 그분이 창조하셔서 만들어졌고, 그분이 보존하셔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으며, 결국은 주님의 하시는 일, 그분의 영광을 위해 활용하신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들은 모든 만물을 나를 위해 이용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주가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고, 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가 된다.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주를 위하여’(고전10:31)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나를 위하여가 되어 있다. 살아도 나를 위해 살고, 죽어도 나를 위해 죽겠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발상에서 벗어나 시인처럼 제대로 된 안목에서 본문 말씀을 음미해 보자.
1절에 “포로 된 자로 돌아오게 하셨으며” 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 포로 된 자는 주님이 택하신 백성이어서 주님이 직접 자기의 땅으로 돌아오게 하셨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스라엘은 타국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경험들을 하면서 산 민족이다. 그러나 신약 백성의 관점에서 이 구절은 사단에게 포로 되어 살아가는 자를 주께서 구출해 내고 자기 품으로 인도하시는 그 은혜다.
2절에 “주의 백성의 죄악을 사하시고 저희 모든 죄를 덮으셨나이다”라는 말씀 역시 같은 의미인데, 여기서는 단순한 구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더러운 죄악을 깨끗이 씻으시고 또한 가리신다는 말씀이다. 이런 죄 씻음은 아무에게나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주의 백성’에 한에서 베풀어지는 은총이다. “허물의 사함을 얻고 그 죄의 가리움을 받은 자가 복이 있도다”(시32:1)라는 말씀이 있는데, 만약 모든 사람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간다면 굳이 그런 사람을 복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3절에는 “주의 모든 분노를 거두시며 주의 진노를 돌이키셨나이다”라고 했는데, 이 역시 자기 백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이다. 즉 자기 백성 아닌 자에게는 주님의 진노가 임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 진노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참으로 끔찍한 상황이다. “주의 날이 도적같이 오리니 그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벧후3:10)라고 했다.
주님의 진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계시록에 있는 구절을 보면 더 생생히 알 수 있다. “산과 바위에게 이르되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낯에서와 어린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우라”(계6:16)고 했다. 산과 바위가 사람에게 덮쳐오면 뼈도 추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주님의 진노하시는 모습이 너무 무섭기에 그 분노하시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산과 바위에 파묻혀 죽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판단에게 그런 바람을 갖는 것이다.
이런 무서운 진노에서 성도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대속의 피 때문에 용서받는다. 이것이 7절에 나오는 “주의 인자하심을 우리에게 보이시”는 것이며, “주의 구원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다.
이런 주님이 계신데, 성도가 주 외에 다른 것을 기대하며 소망하며 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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