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악인과 의인을 대비시키고 있는데, 이 차이를 따라가 보고 그리고 무엇을 근거로 악인과 의인을 구별 짓는가 하는 점을 상고해 보자.
먼저 악인과 의인은 무엇을 근거로 나누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인간들의 소견으로 악인이라고 하면 그 행동이 악을 일삼는 자들일 것이고, 의인이라고 하면 착하고 바른 행실로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하나님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발상이다. 여호와는 인간 개인의 자질을 보고 의인 혹은 악인이라고 평가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호와께서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실 이 대목은 비단 본문 이해를 위해서 뿐 아니라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는데, 의인과 악인의 기준은 다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피가 있고 없음이 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하지 못하고(히10:4)’,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다(히10:10)’고 하셨다. 즉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신다(요일1:7).’는 말씀이다. 그러니까 예수의 피로 말미암아 씻음 받은 자는 의인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악인이라는 것이다.
이제 본문에서 악인의 모습은 어떠하며 의인은 어떠한가 하는 점을 살펴보자.
21절에 “악인은 꾸고 갚지 아니하나 의인은 은혜를 베풀고 주는도다”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한쪽은 계속해서 자신의 것으로 모든 것을 취하고, 다른 한쪽은 베풀고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모자람과 풍족함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남에게 빌려서라도 채워야 하는 자는 채우고 채워도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란다. 반대로 남에게 베풀고 주는 사람은 주고 또 줘도 계속 넘쳐나고 모자람이 없다.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날까? 꾸는 사람은 가난해서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는 도무지 살 수 없기에 꾸는 것일 테고, 반대로 남에게 나눠주는 자는 부자여서 남에게 나눠줘도 자신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25, 26절에도 유사한 말씀이 있는데, ‘의인의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했다.’고 하고, ‘저는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준다.’고 한다. ‘걸식함’과 ‘베풀고 꾸어줌’이 악인과 의인의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다시 말하건대 이런 차이는 경제적인 차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란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바꿔 말하면 악인은 아무리 부자여도 걸식하게 되고, 의인은 아무리 가난해도 베풀고 나눠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복음의 비밀인데, 이 비밀은 요한복음에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4:5).”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7:37-48).”
이렇게 생명이 흘러넘치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기쁨을 나눠주고 싶고 베풀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어찌 경제적 부와 관련된 말씀이겠는가?
의인과 악의이 대비되는 모습은 22절에서도 극명하다. “주의 복을 받은 자(의인)는 땅을 차지하고, 주의 저주를 받은 자(악인)는 끊어지리라.” 땅을 차지하고, 땅에서 끊어지는 식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 말씀을 ‘의인은 세상에서 넓은 영토를 차지하게 되고, 악인은 세상에서 땅도 없이 가난하게 살다가 죽을 것’이란 식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전혀 잘못된 해석이다. 구약에서의 땅은 이 세상에서의 토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더불어 영원히 살 천국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위 구절을 굳이 해석하자면, ‘의인은 주님과 더불어 영생을 누리지만 악인은 영원한 형벌을 받을 것’이란 말씀이다.
28절에도 비슷한 말씀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저희는 영영히 보호를 받으나 악인의 자손은 끊어지리로다.”
예수의 피가 있다는 이유로 의인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의 사랑과 은총을 입는다. 이것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마지막 심판대 앞에서다. 33절에 “재판 때에도 정죄치 아니하시리로다”라는 말씀이 바로 그 말씀이다.
그리스도의 피로 용서받은 자는, 감사 찬송하게 되고, 끝없이 넘쳐나는 그 사랑을 베풀고 또 나누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성도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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