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나이 많아 늙었을 때, 아들 아도니아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의 신복 요압 장군과 아비아달 제사장이 함께 모의해서 반역을 일으켰던 일(왕상 1장)을 생각하면서 본문을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늙고 병들어 쇠약해진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타인의 도움으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 외에는 없는 산 송장과 같은 삶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자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긍휼과 사랑을 베푸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야 말로 1절에서 말하는 “빈약한 자를 권고하는 자”가 아닐까?
그런데 이 땅에서 과연 이런 자가 있는가 하는 점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적용되는 세상에서 빈약한 자는 당연히 이용 대상이지 그를 권고하고 붙들어 바로 세우려 하는 자는 없다.
쇠약하고 병드는 것은 죄를 범한 인간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일인데, 이런 상황에서 주님의 은혜를 받은 성도는 자기의 죄악 된 모습을 발견하고 회개하게 된다. -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내가 주께 범죄하였사오니 내 영혼을 고치소서”(4절) - 그리고 이런 자기 백성을 붙드시고 보살피시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이신데, 자기 백성이 곤경에 처했을 때 원수들이 저를 손대지 못하게 하시고 긍휼과 사랑으로 돌보신다.
“나의 원수가 내게 대하여 악담하기를 저가 어느 때에나 죽고 그 이름이 언제나 멸망할꼬 하며 나를 보러 와서는 거짓을 말하고 그 중심에 간악을 쌓았다가 나가서는 이를 광포하오며 나를 미워하는 자가 다 내게 대하여 수군거리고 나를 해하려고 꾀하며 이르기를 악한 병이 저에게 들었으니 이제 저가 눕고 다시 일지 못하리라 하오며 나의 신뢰하는바 내 떡을 먹던 나의 가까운 친구도 나를 대적하여 그 발꿈치를 들었나이다”(5-9절)
위 구절들은 다윗이 경험한 일들이지만 이 모습 그대로 예수님께서 당하신 일이기도 하다. 주님은 출생과 더불어 그 생명을 빼앗으려는 세력들이 있었고, 평생을 원수들에게 휩싸여 고난과 핍박의 생애를 보내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제자들로부터도 버림받는 배반의 아픔을 겪으셨다.
다윗의 경험을 예수님은 몇 배로 더 심하게 당하시고 경험하셨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는데, 다윗은 자신의 허물과 죄 까닭에 병들고 쇠약해졌고 원수들로부터 핍박과 위협을 당했지만, 예수님은 죄도 없으신데 왜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 죄를 담당하시는 역할을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그 일을 수행하시기 위해 그런 고초를 당하신 것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고난은 죄인인 우리가 당해야할 고난이며, 그분의 수모와 채찍은 우리가 당해야할 것을 대신 당하신 것이다.
다윗은 시편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다윗을 향해 돌을 던지며 반대했던 그 세력들은 당연히 저주를 받아야 하고 심판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말은 다윗을 괴롭힌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대적한 자이며, 다윗을 해치는 원수는 하나님의 아들을 향해 저주를 퍼부은 자라는 말이다.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게 되면 이런 등식이 나올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람 다윗을 괴롭힌 자는 저주를 받는다. 이처럼 성도인 나를 대적하는 자는 저주받아야 마땅하다.’ 이렇게 되면 내가 메시야가 되는 꼴이다.
시편에 등장하는 다윗은 장차 오실 예수님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다윗을 대적하는 자는 마땅히 저주받아야 하지만, 그 다윗의 자리에 나를 올려두면 안 된다. 우리는 늘 연약한 자를 짓밟고 해치는 그런 삶을 산다. 즉 다윗을 해치는 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저주의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말씀에 비춰볼 때 항상 저주 받아 마땅한 자이다. 그런 저주를 대신 받으신 분이 예수님이다. 이 예수님의 저주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그분의 십자가 지심은 우리의 저주를 대신 받으신 것이며, 그 피가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셨다.
다윗을 헤치려는 원수의 음모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연약하고 쇠약한 다윗을 죽이려하고 없애려는 강한 자의 폭력이 결코 뜻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다. 주께서 다윗을 붙드시기에 그 연약한 자가 승리하게 되어 있다. “주께서 나를 나의 완전한 중에 붙드시고 영영히 주의 앞에 세우시나이다”(12절)
죄로 말미암아 고난과 죽음을 면치 못할 죄인을 위해 대신 고난과 죽음을 당하시고, 그 고통에서 건져주신 주님은 영원히 경배와 찬양을 받아야 마땅한 분이시다.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영원부터 영원까지 찬송할지로다 아멘 아멘”(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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