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속삭임은 늘 우리에게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을 향해 ‘하나님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1절)’고 하면서, 악한 짓을 해도 그 죄악이 드러나지도 아니하고, 그 일 때문에 하나님의 미움을 받는 일도 없는데(2절) 왜 하나님 때문에 노심초사하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이런 사단의 꾐에 빠져 용감하게 하나님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자들이 이 세상에는 부지기수다. 양심이란 것들이 작동해서 한때는 자신의 죄악 때문에 찔림이 되고 주저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양심마저 마비되어 자기 욕망을 마음껏 펼친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하나님이 계신다면 이런 악한 일을 용납하실 리 없는데, 내 하는 일이 점점 번성해 가는 것을 보니 하나님이 간섭하신다거나 살아계신다는 말은 다 거짓이야.’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렇게 하나님 없는 삶을 사는 자는 자나 깨나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것을 할까 궁리하게 되는데 이것은 온통 죄악을 꾀하는 일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요, 몸을 움직였다 하면 모두가 도적질과 착취다.
그런데 어쩌랴!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계시고 지금도 여전히 불꽃 같은 눈으로 세상을 지켜보고 계시는데.
성도는 이런 사실을 거부할 수 없고 외면할 수는 더더욱 없다. 내 욕망이 없는 것도 아니요, 쾌락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 소멸하지도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분의 뜻을 생각하게 되고 그분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분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이 너무도 크고 놀랍다는 사실에 내 생각이 닿게 되면 사단의 속삭임이 얼마나 어리석은 소리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고, 이런 유혹에 빠져 살아가는 나의 추한 모습이 발견된다.
주님의 은총은 끝도 한도 없이 쏟아져 내리건만 그 은혜를 받아 누리며 영광과 찬미와 경배를 드리는 것보다 그 속에서 또 나의 만족과 기쁨과 안일을 추구하고 있으니 이런 나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다시금 주님의 측량할 수 없는 사랑에 부닥친다.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하심이 어찌 그리 보배로우신지요 인생이 주의 날개 그늘 아래 피하나이다(7절)”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주체못할 죄악들을 십자가의 보혈로 씻어주신다니 이 사랑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이 용서의 은혜를 맛본 자들은 더 이상 세상 그 무엇으로 기쁨을 누리겠다는 생각에서 멀어진다. 주님 주신 것만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풍족의 상태를 체험한다. “주의 복락의 강수로 마시우시리이다(8절)”라는 말씀처럼, 영원히 마셔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강수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셨다.
대다수의 사람은 땅의 것으로 배를 채워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또 이런 것들로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 행복이요 평안인 줄 알고 그것들에 집착한다. 그러나 생명은 이 땅의 물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사오니 주의 광명중에 우리가 광명을 보리이다(9절)”라는 것이 정답이다.
이처럼 주를 아는 자들은 사단의 말을 믿지 않는다. 주를 아는 자에게는 주의 인자하심이 계속 퍼부어지기에 주를 떠나 세상으로 갈 수 없도록 하신다. 그러나 순간순간 사단의 유혹으로 내 마음이 빼앗기고 몸이 그쪽으로 휩쓸리는 것이 또한 성도의 모습이다.
이것은 우리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 그래서 주님의 강권하심을 기대하고, 세상 끝 날까지 붙드시겠다고 약속하신 그 약속을 믿을 뿐이다. 물론 이 믿음마저도 주께서 허락하셔야 하는 일이지만.
자기 백성과 사단의 백성을 철저히 나눠 취급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본다. 주를 아는 자에게는 주의 인자하심이 계속되지만(10절), 교만한 자의 발은 걸려 넘어져서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11, 12절) 조치하시는 분이 여호와 하나님이시다.
주님의 십자가 보혈로 용서받은 자는 ‘주의 살진 것으로 풍족할 것이며, 주의 복락의 강수를 마시는 것(8절)’이라고 했다. 세상의 것으로 채우고 또 채워 풍족한 것이 아니라 주께서 허락하시는 끝없는 사죄의 은총이 영원히 끊이지 않는 강물과 같고, 그 물을 마시는 자는 생명을 얻은 것이기에 모든 것을 다 받은 자이다. 이런 혜택을 입은 자여 복되어라! 이런 사랑을 베푸신 주님을 영원히 찬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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