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편은 다윗이 하나님께 범죄함으로 무서운 징계를 받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다윗의 범죄에 대한 각성’이나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으로만 이해해서는 아니 된다.
다윗의 시가 다윗의 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는, 모든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한 다윗을 향해 진노하시는 여호와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진노로 심판 받는 그 아들 예수의 모습을 읽어내야 하고, 그 작업을 통해 십자가의 복음이 선포되어야 한다.
우선 죄로 인해 징계 받는 다윗의 모습을 본문을 따라 좀 세밀하게 살펴보자. “주의 살이 나를 찌르고 주의 손이 나를 심히 누르시나이다”(2절), “주의 진노로 인하여 내 살에 성한 곳이 없사오며 나의 죄로 인하여 내 뼈에 평안함이 없나이다”(3절), “내 죄악이 내 머리에 넘쳐서 무거운 짐 같으니 감당할 수 없나이다”(4절), “내 상처가 썩어 악취가 나오니 나의 우매한 연고로소이다”(5절), “내가 아프고 심히 구부러졌으며 종일토록 슬픈 중에 다니나이다”(6절).
이렇게 범죄한 다윗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로 말미암아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본다. 그런데 이 모습은 우리 죄를 대신해서 하나님의 심판을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 생명을 찾는 자가 올무를 놓고 나를 해하려는 자가 괴악한 일을 말하여 종일토록 궤계를 도모하오나 나는 귀먹은 자 같이 듣지 아니하고 벙어리 같이 입을 열지 아니하오니 나는 듣지 못하는 자 같아서 입에는 변박함이 없나이다”(12-14절).
예수의 생애는 단 한 순간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환영받은 적이 없다. 모두가 싫어해서 온 세상이 힘을 합쳐 그의 생명을 노렸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원수였던 자들이 손을 맞잡고 그의 생명을 빼앗기 위해 함정을 파고 계략을 꾸몄고 급기야는 죽이고 말았다.
이사야 선지자는 장차 오실 예수님에 대해 예언하면서 이렇게 썼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 같이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사53:7).
그렇다면 왜 그런 억울한 누명과 욕을 당하면서도 항변하지도 않고 자신의 정당함을 밝히지 않았는가? 우리는 다윗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예수님의 신음을 들어야 하고, 다윗을 다루는 여호와 하나님의 손길을 통해 예수님을 이끄시는 그분의 능력을 맛보아야 한다.
“여호와여 내가 주를 바랐사오니 내 주 하나님이 내게 응락하시리이다”(15절) 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을 해하려고 올무를 놓고 함정을 파고 궤계를 꾸민다 할지라도 결코 항변하거나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이끄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억울함을 참지 못한다. 내 정당함에 손상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목숨을 걸고라도 나의 정당함을 밝혀야 속이 시원하다. 이것은 내 영광을 위해 살고, 내 만족과 기쁨을 목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십자가 지시기 전 아버지께 기도하시면서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라고 기도했다. 이것은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롬12:19)는 말씀을 말씀대로 믿은 것이다.
이 모두가 아버지의 뜻에 복종하는 모습이며, 그로 통해서만 자신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완성하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묵묵히 아버지께서 맡기신 생명을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다.
“악으로 선을 갚는 자들이 내가 선을 좇는 연고로 나를 대적하나이다”(20절)는 구절에서는 노골적으로 다윗이 아닌 예수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간 다윗이 어찌 선을 좇을 수 있었겠는가? 물론 대적들로부터 쫓겨야 하고 생명을 내놓아야할 이유가 없었다는 인간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로 풀 수도 있으나, 여기서는 완전히 선하신 예수님을 드러내고 있다.
‘선을 따른다는 이유로 대적들에게 쫓기는 것’은 예수 외에는 그 누구도 당한 적이 없는 독특한 사건이다. 이것은 여자의 후손(예수 그리스도)과 뱀의 후손(마귀)간의 전쟁인데, 선을 행함으로 원수에게 죽임당한 예수는 표면적으로 원수에게 진 것 같으나 결국 최후 승리하는 모습이었다. 이 죽음은 사단에게 패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기 위한 대속의 피 흘림이었다.
우리 죄 때문에 대신 모든 고통(다윗의 고통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을 다 겪으시고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그 사랑을 당신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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