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삶이 늘 그러했듯이 본 시도 대적에게 쫓기고 원수의 짓밟힘 속에서 여호와의 지키심으로 구출되는 극적인 상황을 만나게 된다. “음부에서 끌어내어 나를 살리사 무덤으로 내려가지 않게 하셨나이다(3절)”라는 구절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겪으면서 이런 시를 썼는지 알 수 없으나 “내 대적으로 나를 인하여 기뻐하지 못하게 하심이니이다(1절)”라는 말씀을 보면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예루살렘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다윗을 사울의 집 족속 시므이가 저주하고 욕하는 장면이다.
“피를 흘린 자여 비루한 자여 가거라 가거라 사울의 족속의 모든 피를 여호와께서 네게로 돌리셨도다 그 대신에 네가 왕이 되었으나 여호와께서 나라를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붙이셨도다 보라 너는 피를 흘린 자인고로 화를 자취하였느니라(삼하 16:7-8절).”
만약 다윗이 시므이가 저주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피난길을 떠났다가 다시 성전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이런 시를 썼다면 “내 대적으로 나를 인하여 기뻐하지 못하게 하심이니이다”라는 구절은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절실한 감사가 담긴 내용이 될 것이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된 것은 하나님의 약속에 의한 것이었지, 왕위가 탐나서 사울 왕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다윗을 향한 시므이의 저주는 하나님의 약속을 외면한 처사이며 심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런 차원에서 다윗은 하나님의 언약을 모르는 대적의 소망이 결국 물거품이 되고 하나님의 약속이 신실히 서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관점에서 떠나 자의적으로 다윗과 자신을 일치시키면서 무조건 자신을 반대하고 대적하는 자를 마귀로 몰고, 그들의 파멸과 함께 자신의 승리를 기원하는 이들이 있다.
본문은 결코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용납지 않는다. 다시 말하건대 다윗은 여호와의 언약을 이루기 위해 주께서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다. 그러기에 다윗 왕의 능력이나 자질을 운운할 수 없으며, 개인의 유, 불리를 따져 그를 배척하거나 환영한다면 이는 여호와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 된다.
다윗은 자기 개인의 영예와 권위를 지킬 수 있어서 여호와께 감사한다거나 반대로 그것을 훼손하려는 자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식의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여호와의 약속에 근거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성도들을 향해 다윗은 외치고 있다. “주의 성도들아 여호와를 찬송하며 그 거룩한 이름에 감사할지어다”라고. 분명 여호와의 이름은 거룩한 이름이며 주님은 자기 이름을 위해 능력을 행하시고 대적들을 향해 분노하신다. 이런 여호와시기에 온 성도들은 그분의 권능을 바라보고 주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간구한다.
그런데 신앙인이 때로는 자만에 빠져 여호와의 은혜를 망각할 때가 없지 않다. 아무 어려움 없이 평탄한 나날을 보낼 때는 자신의 믿음을 자랑하고 교만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 평안이란 것이 주께서 허락하시는 은총이지 우리가 믿음을 굳게 지켜 평안을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주님은 이런 우리를 그냥 버려두지 않으시고 책망하시고 회개토록 하신다. 평강 대신 풍파를 일으키시고 즐거움 대신 슬픔을 안겨 주는 식으로.
“내가 형통할 때에 말하기를 영영히 요동치 아니하리라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주의 은혜로 내 산을 굳게 세우셨더니 주의 얼굴을 가리우시매 내가 근심하였나이다(6-7절)”라는 구절에서 바로 이런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자만에 빠져 감사할 줄 모르고 자신의 믿음을 자랑하다가 다시금 파도가 치고 폭풍이 몰려올 때 주께 부르짖게 되고, 주님의 간섭하심으로 다시 잔잔한 평화가 찾아오고, 그제야 지난날의 평강이 내 믿음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은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11절)”라는 구절은, 원래의 내 모습과 주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새롭게 변모된 모습을 대조하고 있다. 죄인인 우리는 슬픔과 근심, 고통과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성도에게는 주님의 용서와 사랑이 임했기에 슬픔에서 기쁨으로, 눈물에서 웃음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성도는 그 무엇 하나 감사의 요소가 아닌 것이 없다. 평안과 환란도 그분의 사랑으로 주어진 것이며, 대적도 친구도 다 필요해서 우리에게 주셨다. 따라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유익하게 하시는 그 주님을 바라보며 쉼 없는 감사의 나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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