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가 성산에 있고(1절), 여호와께서 야곱의 모든 거처보다 시온의 문들을 사랑하신다.’(2절)고 했다. 이 구절은 세상만사를 이해하고 깨닫게 되는 근원적인 말씀이다. 천국과 지옥, 복과 저주, 생명과 죽음의 나뉨이 바로 성산(성전)에서 출발하고 근거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 자들은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행동에 따라 복을 받을 수도 있고 저주를 받을 수도 있다고 여긴다. 그러니까 각자의 행동이 기준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판단 때문에 착한 일과 나쁜 일을 나눠 착한 일을 하려고 힘쓴다. 그러나 이런 나뉨 자체가 고정 불변일 수 없는 것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어제까지는 그 일이 착한 일로 분류되었지만 오늘에 와서는 그것을 도저히 착한 일로 간주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선과 악의 기준도 흔들리기에 복과 저주의 토대 자체가 왔다 갔다 하는 꼴이 된다. 그러니 여기에서 또 새로운 기준을 만들게 되고, 그 새로운 기준 또한 시간이 흘러가면서 바뀌게 되고, 결국은 기준이 없게 되고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
‘하나님의 성을 가리켜 영광스럽다’(3절)고 말하는 자들은 결코 기준이 왔다 갔다 하는 자들이 아니다. 너무도 확실한 기준을 보았기에 그것만 존귀하고 영광스럽게 여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마련하신 세상 만물을 다루시는 토대이다.
구약에서의 성전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요2:21).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 만물의 기준이며 복과 저주의 갈림길이란 말이다. 그러니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켜 ‘영광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린 피를 근거로 구원과 멸망이 결정되고, 천국과 지옥 갈 사람들이 나눠진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착한 행실이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착한 행실이 복의 기준이 된다면 이 세상에는 단 한명도 복을 받을 사람이 없다. 모두가 악한 죄인이기 때문에(“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롬3:11).
그런데 이 땅에 복을 받은 사람이 있다. 착해서가 아니라 죄와 허물투성이지만 ‘허물의 사함을 얻고 그 죄의 가리움을 받음’ 때문이다(시32:1). 이런 사람들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자랑한다. 바울이 바로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 그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2:2)고 했다. 너무나 기준이 확실하기에 다른 것을 생각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즉 인간의 선행, 율법 준수, 종교적 노력 등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한 것임을 고백한 것이다.
‘라합과 바벨론이 나를 아는 자 중에 있고, 블레셋과 두로와 구스도 거기서 났다’(4절)고 했는데, 이것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백성들이 다 하나님에 의해 지음 받았고, 그분의 다스림 속에 있다는 말씀이다. 그러니까 이방인이라고 해서 하나님을 외면하거나 자신과 무관한 분으로 생각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지존자가 친히 시온을 세우시리라”(5절)는 말씀은 놀라운 예언이다. 구약에서는 시온이라고 하면 성전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시온을 지존자가 친히 세우시리라는 것은,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가 성전을 세우실 것이란 말씀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셨고 사흘 만에 부활하시므로 온전한 성전을 세우셨다(요2:19-22절 참조).
6절에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등록하실 때에는 그 수를 세시며 이 사람이 거기서 났다 하시리로다” 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것은 생명책에 기록된 성도들(그 명단)이 바로 시온(성전)에서 난 자들이란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멸망당할 자들 역시 성전을 근거로 그 명부가 작성될 것이란 말이다.
‘노래하고 춤추는 자가 말하기를 나의 모든 근원이 네게 있다’(7절)고 했는데, 이 말씀은 스스로의 잘남이나 공로 때문에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 때문에 기뻐하고 찬양한다는 것이다.
성도는 바로 이런 믿음을 가진 자이다.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은 성전, 즉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분이 아버지와 약속하신 십자가 죽으심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셨음을 안다. 따라서 그 십자가 외에는 다른 것을 의지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만약 십자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리석도다 갈라디아 사람들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앞에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갈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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