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는 사도 베드로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소아시아 지역의 성도들에게 보낸 서신으로, 기록한 시기는 주후 64년경, 네로 황제가 기독교인을 박해하기 시작한 초기로 추정한다. 그래서 전체 5장인 비교적 짧은 글 중에 ‘고난’이란 단어를 17회나 사용했고, ‘불 시험’이란 독특한 표현도 등장한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본서를 살펴보면, 서신을 기록한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성도가 앞으로 닥칠 극심한 고난을 믿음으로 이겨내도록 격려하기 위함이다.
이제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베드로는 ‘성도’를 아주 독특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첫째로 ‘흩어진 나그네’라고 했고, 둘째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얻은 자’라고 했다.
성도를 ‘나그네’라고 한 이유는 이 땅에 소속된 자가 아니란 점을 부각시키는 말로, 본향으로 돌아갈 자란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나그네는 자신이 현재 있는 자리에 욕심을 내거나 집착할 이유가 없다. 곧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얻은 자’란 표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원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피 흘린 분께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또 그 피의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성도는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통용되는 상식으로는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에 어떤 논의를 펼쳐도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단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생각이다. 이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전하면 ‘내 구원을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었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이런 인간들의 생각이 전혀 복음의 의도와 다르다는 것을 베드로는 알려주고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린 피는 인간 구원용이 아니라 당신이 세상의 주인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한 것이며, 성도는 피 뿌림의 효능을 보여주기 위해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3절에서는 “찬송하리로다”라는 말을 서두에 했는데, 이후 연결되는 문장에서 찬송의 이유가 밝혀진다.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3절),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아니하는 기업을 잇게 하시나니 곧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간직하신 것이라(4절).”
여기에서 ‘산 소망과 기업을 하늘에 간직하신다’라고 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어찌할 수 없으며, 또 산 소망의 근거가 성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도는 자신의 공로나 수고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십자가 은혜만을 찬양하고 감사하게 된다.
피조 세계에 있는 모든 것들은 잠시 있다 사라져 버릴 것들뿐이다. 하지만 주님이 성도를 위해 마련하신 산 소망, 예비하신 구원은 중도에 취소될 수 없는 확정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찬송하리로다’라고 외칠 만하지 아니한가!
하지만 6절에서 새로운 사실을 추가하고 있다. “너희가 이제 여러 가지 시험을 인하여 잠깐 근심하게 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오히려 크게 기뻐하도다.”
이 구절은 성도가 구원에 이르기 전 이 땅에서 당해야 할 여러 가지 시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험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시험은 아픈 것이고 혼란을 야기하는 것인데 어찌 ‘크게 기뻐하도다.’라고 할 수 있는가? 그 이유는 어떤 환란, 풍파가 일어나도 성도에게 주어진 산 소망은 확고부동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시험이 오히려 기쁨이 된다.
바울이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편지한 글을 보면 이와 유사한 표현이 나온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란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8:35-37절).”
솔로몬의 시가(詩歌)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북풍아 일어나라 남풍아 오라 나의 동산에 불어서 향기를 날리라(아4:16).” 이 구절은 바람이 불어야만 향기가 더욱 멀리, 넓게 전해지기에 북풍, 남풍을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성도는 주님의 사랑이 더 깊이 높이 넓게 전파되는 것을 원하고 바라기에 자신에게 닥쳐오는 시험을 기쁨으로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여러 가지 시험을 인하여 --오히려 크게 기뻐하도다(6절).”라고 한 것이다.
성도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 부름받은 자란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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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전서 1:7-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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