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이 펼쳐진 배경은 ‘아비가 신 포도를 먹었으므로 아들의 이가 시다(2절)’고 뇌까린 이스라엘 백성들의 속담에 대해서 하나님이 분노하시면서 ‘그따위 속담 다시는 입에 담지 못하게 하겠다(3절)’고 하시면서 시작되는데, 감정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을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절(백성들)은 ‘아들이 아비의 죄를 담당치 않는단 말입니까?’라고 물었고, 20절(하나님)은 ‘아들은 아비의 죄악을 담당치 아니할 것이요 아비는 아들의 죄악을 담당치 아니하리니 의인의 의도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악인의 악도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하셨다.
25절에서 백성은 ‘주의 길이 공평치 않습니다.’라고 했고, 하나님은 ‘너희 길이 공평치 않은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하신다. 29절에서도 이 팽팽한 대립이 반복된다.
왜 이처럼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대립하며 대충돌을 일으키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말씀을 대하면서 중립적 관점에서 이해하려 해도 인간인지라 인간(이스라엘 백성)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 말씀은 애매모호하게 들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말은 일리가 있고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불평하며 공평치 못하다고 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조상들의 우상숭배와 율법 불순종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이방 나라에 포로로 끌려온 것이 분명하기에 자신들의 현재 처지를 ‘아비가 신 포도를 먹어 아들의 이가 시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 속담은 ‘조상들이 죄인이지 우리는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자신들보다 부모(조상)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만약 갓난아이 입장이라면 더더욱 이 말이 옳다. 아직 선악을 분별할 수도 없는 나이에 남의 나라에 끌려와 살고 있다면 그 탓을 부모에게 돌리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하나님은 부모 탓하지 말라고 하시고, 더 나아가 자신을 ‘공평하게 일하시는 분’이라고 우기는 것일까?
하나님은 “각 사람의 행한대로 국문할지라(30절)”고 하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성경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브라함 언약 때문에 그 후손이 복을 받는다(창 12장)는 말씀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사사 입다의 맹세 때문에 무남독녀가 죽는 사건도 있다(삿 11장).
그러니 하나님 말씀 전부가 옳다고 하기에는 뭔가 미흡함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은 한 입으로 두말하시는 분으로 여겨진다.
왜 이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인간은 자기 생존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하는 존재다. 그래서 하나님 말씀을 해석할 때도 자기 생존 우선 원칙이 유지된 채 말씀을 보고 읽는다. 그러니 하나님 말씀에 의문을 품게 되고, 더 나아가 일구이언하시는 분으로 느껴진다.
하나님이 애굽을 떠나 광야를 거쳐 가나안으로 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 하나님 여호와가 이 사십년 동안을 너와 함께하였으므로 네게 부족함이 없었느니라(신32:7).”
이 말씀이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어떻게 들렸을까? 광야는 물도 귀하고, 양식도 없고, 거주할 집도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40년을 지내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고(출애굽 때 20세 이상의 사람은 다 광야에서 죽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이 타당한 것인가?
그럼 왜 하나님은 ‘부족함이 없었다’고 하셨을까? 이스라엘 백성들을 약올리기 위해 하신 말씀인가, 아니면 실언을 하신 것인가?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기준으로 하신 말씀이다. 애굽에서 노예로 살고 있던 그들에게 약속하시기를 ‘아브라함과 언약한 대로 너희를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애굽을 벗어나게 하셨고, 바다를 건너게 하셨고, 광야에서 물과 양식을 제공하셨고, 이제 가나안 입성을 남겨둔 상황에서 ‘40년 동안 내가 너와 함께하였으므로 네게 부족함이 없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죽지 못해 겨우 생명을 부지했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하시니 도무지 그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간극은 생존을 기반한 인간과 언약대로 일하시는 하나님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피조물인 우리가 내 생존을 우선시하는 것을 철회하고 하나님 언약을 기반으로 다시금 말씀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은 언약하셨다. 말씀에 순종하는 자는 복을 받고 불순종하는 자는 저주받는다고. 그래서 모든 인간은 불순종해서 저주받을 수밖에 없는데, 자기 택한 백성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대속하심으로 구원하신다고. 이 언약대로 일하시는 분이 참 하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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