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시인이 여호와 하나님께 긍휼을 구하고 있다.
“여호와여 돌아오소서(13절).” 이 구절은 범죄한 그의 백성을 떠나신 여호와 하나님이 그들을 용서하시고 그들에게 다시 돌아와 은혜를 베풀어달라는 간곡함이 표현되어 있다.
이는 말라기 선지자의 예언(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 그가 아비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자녀들의 마음을 그들의 아비에게로 돌이키게 하리라. 말4:5-6)과 맥을 같이한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죄를 범했을 때 그들을 떠나가셨지만 결국은 긍휼히 여기시고 돌아와 그들을 용납하시는 것을 믿었기에 이런 간구를 드리는 것이다.
“아침에 주의 인자로 우리를 만족케 하사 우리 평생에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14절).” 이 구절에서 ‘아침’은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아침에 주의 인자로 우리를 만족케 하사’라고 함으로 지난날의 허물은 다 잊고 주의 인자하심으로 새롭게 출발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같이 도말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사44:22).”는 말씀이 생각난다.
그리고 ‘주의 인자로 만족’하고 ‘주의 인자로 평생에 즐겁고 기쁘게’ 된다는 말씀은 새겨들을 내용이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주의 인자’ 외에는 만족도 기쁨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의 것(돈, 명예, 권력 등)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시인은 그런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고, 오직 주의 인자로만 참 평안과 기쁨이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우리를 곤고케 하신 날수대로와 우리의 화를 당한 년수대로 기쁘게 하소서(15절)” 이 기도는, 죄악의 시간을 떠나 용서와 긍휼로 기뻐하며 찬양하는 자로 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곤고케 하신 날 수, 화를 당한 년 수’는 긍휼의 의미를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다. 긍휼 없는 때의 모습과 긍휼이 임한 때의 모습을 비교, 대조하면 분명하고 확실한 차이를 발견하게 되고 은혜와 사랑을 깊이 찬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 행사를 주의 종들에게 나타내시며 주의 영광을 저희 자손에게 나타내소서(16절).” 이 구절은, 언약하신 대로 성취하실 것을 믿으며 간구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을 지으시고, 그들을 통해 영광 받기를 원하시는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죄악에서 구원하시고 자신의 사랑은 만방에 전함으로 스스로 영광을 받으시라는 의미다.
여기에서는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이스라엘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 우리 하나님의 은총을 우리에게 임하게 하사 우리 손의 행사를 우리에게 견고케 하소서(17절).” 이 구절 역시, 이스라엘을 위해 은총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 손의 행사’를 이루기 위해 ‘우리 손의 행사를 견고케’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주의 영광보다 우선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긍휼, 인자, 영광, 은총’ 이 모두는 이스라엘을 위함이 아니라 주를 위한 것이다. 하나님의 긍휼이 이스라엘에게 베풀어졌지만 그것은 이스라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의 영광을 위함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도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구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언급하시면서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마6:25)”고 하셨고, 구할 내용으로는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33절)”고 하셨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도 내용을 분석해 보면 모두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이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니 이것을 주님은 기도로 인정하지 않으셨고, ‘중언부언’으로 여기셨다.
본문에서 모세가 하나님께 간구한 내용은 흔히 사람들이 자신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전능자에게 요청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철저히 언약에 근거한 기도이기에 이 기도는 ‘그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셨고, 그곳에 이르는 과정에서 모세를 앞장세웠다. 하지만 모세는 자신이 이 일을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서 모세는 자신이 할 수 없기에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은 하나님 스스로 성취하신다는 것을 믿었기에 자신의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약속만 바라보라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런 모세의 심정을 본문은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기에 이 기도에서 언급된 ‘만족, 즐거움, 기쁨’은 세상에서 통용되는 개념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하게 되고, 기쁘고 즐겁지만 이것이 결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이성취됨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만족에 동참하게 되어 누리는 기쁨이다.
하나님의 긍휼은 아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이심으로 이루셨다. 이것 외에 다른 긍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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