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앞에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고 있는 것이 본문이다. 모세는 인간을 의미 있고 보람 된 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의 노에 소멸되며, 주의 분내심에 놀랄 자(7절)’로 규정하고 있다.
9절에서는 “우리의 모든 날이 주의 분노 중에 지나가며 우리의 평생이 일식간에 다하였나이다.”라고 했다.
이 두 구절에 의하면, 인간이란 참으로 한심한 자들인데, 일생이 주의 화내심으로 순식간에 지나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그 이유는 “주께서 우리의 죄악을 주의 앞에 놓으시며 우리의 은밀한 죄를 주의 얼굴 빛 가운데 두셨”기 때문(8절)이란다.
주님이 얼마나 세밀하신 분인지 성경 여러 곳에서 말하고 있지만 두 구절만 뽑는다면 구약에서는 “나 여호와는 심장을 살피며 폐부를 시험하고 각각 그 행위와 그 행실대로 보응하나니(렘17:10).”라는 말씀이 있고, 신약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느니라(히4:12-13).”는 말씀이 있다.
모세가 처음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을 때의 장면을 보면, 왜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일 뿐이며, 진노의 대상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모세가 양을 이끌고 광야 호렙산에 이르렀을 때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는데 사라지지 않고 계속 불꽃이 피어올라 이상히 여겨 신기한 광경을 보려고 접근했을 때, 여호와의 음성이 들렸다. “이리로 가까이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이니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니라(출3:5-6).”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모세는 “하나님 뵈옵기를 두려워하여 얼굴을 가리우매(출3:6)”라고 되어 있다. 이 간단한 표현에서 ‘우리의 은밀한 죄를 주의 얼굴 빛 가운데 두셨다’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인간이든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서면 자신의 존재는 잊을 수밖에 없다. 이사야는 성전에서 보좌에 앉으신 주님을 만나는 순간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사6:5).”라고 했고, 바울은 다메섹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순간 실명하고 말았고(행22:11), 요한은 밧모섬에서 주님을 만났을 때 엎드러져 죽은 자 같이 되었다(계1:17)고 했다.
이런 장면은 창조주와 피조물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거룩하신 주님 앞에 너무도 더럽고 추한 인간의 실상을 보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주님이 어떤 분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인간을 논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자가 인간이기에 이 땅에 살면서 보람과 의미를 찾고,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주님을 만난 자는 아무도 자신의 존귀를 말하거나 행복을 거론하지 않는다.
10절을 보자.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라고 했다. 사람의 일생이 ‘수고와 슬픔뿐’이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 진실이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은 열심히 공부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훌륭한 스승에게 배워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주의 노의 능력을 알며, 누가 주를 두려워하여야 할 대로 주의 진노를 알리이까(11절)?”
인간의 노력으로 주님을 알고, 나를 바로 알 수 있다면 열심히 땀 흘리고 수고하는 자를 격려하고 찬양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성경은 달리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12절).”
모세는 여호와 하나님이 우리에게 지혜를 주실 때만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날 계수’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70년 혹은 90년을 살다 죽는다. 평균 수명이 몇 년이다.’ 이런 것이 우리의 날을 제대로 계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에 있으리로다 아멘(롬11:36).” 이 구절에 의하면, 만물이 주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세상의 출발은 주님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주로 말미암고’라는 말씀은 모든 일이 주님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주에게로 돌아감이라’고 했기에, 결론도 주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으로 맺어진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죄인인 인간이 잘되고 어쩌고 하는 것은 아예 없다. 피조물은 창조주의 영광을 위해 소품으로 활용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기 백성의 죄를 사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 앞에 죄인 된 자만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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