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의 시들은 BC 15세기 출애굽 시대인 모세로부터 BC 5세기경 포로 귀환 시대의 고라 자손에 이르기까지 약 1,00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저자에 의해 기록(다윗 73개, 아삽 12개, 고라 자손 11개, 솔로몬 2개, 모세, 헤만, 에단 각 1개, 그 외 49개는 작자 미상)된 것을 모은 시집이다.
90편은 표제에 [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기도]라고 되어 있기에,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끌어내어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 일을 생각하며 한 절 한 절을 읽으면 그 의미가 뚜렷이 다가온다.
본문은 창조주와 인간을 대비시키면서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하고 있다.
1절에서 “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거처’란 ‘동물들이 서식지로 삼는 동굴’ 또는 ‘위기 때 피하는 피난처’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역경을 겪으면서 여호와 하나님이 유일한 ‘피난처’임을 깨닫고 이런 고백을 한 것이다. 그리고 주 외에 다른 의지할 대상이 없음을 후손들에게 알려 주려고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신다’고 했다.
안락한 환경, 좋은 장소가 아니라 왜 여호와가 거처인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떠나기 전날 하나님은 천사를 시켜 애굽 땅에 있는 모든 장자를 다 죽이도록 지시하셨다. 그런 상황에서 좋은 환경이 무슨 의미가 있나? 어린양의 피가 문설주에 발린 그 안에 거하는 자만이 죽음의 심판을 면할 수 있었다. 이것을 ‘주가 우리의 거처’라고 한 것이다.
신약 시대의 성도 역시 ‘주는 대대에(자손 대대로 – 영원히) 우리의 거처’가 되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가 하나님의 심판에서 구원받는 유일한 근거이기에 ‘십자가 안’ 또는 ‘주 안’이 성도의 영원한 거처다.
2절에서는 “산이 생기기 전, 땅과 세계도 주께서 조성하시기 전 곧 영원부터 영원까지 주는 하나님이시니이다.”라고 했다.
이 구절에 의하면, 하나님은 창조 전부터 영원까지 모든 것들을 주관하시는 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말은 조금도 이상할 것 없이 당연한 이론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 시절을 회상해 보면 전혀 새로운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애굽을 떠나 가나안을 향해 가는데, 홍해가 앞을 막았고, 대적을 만났고, 물도 양식도 없는 환경에 처했고, 몸을 쉴만한 장소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서 길을 떠났으면 모든 환경이 순조로워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애굽을 떠난 날부터 가나안에 도착하는 날까지 단 하루도 평안할 날이 없었다. 그러니 원망과 불평이 터져 나왔고, 지도자 모세마저 하나님을 원망했다.
이것은 여호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애굽에서 가나안으로의 이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더 살기 좋은 환경으로 이끌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려는 것이었다.
주님의 긍휼과 용서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시려고 이스라엘을 택하셨고,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약속을 하셨고, 그 후손을 약속의 땅으로 이끄신 것이다.
이런 관점이라면 내 몸과 마음이 편하고 좋은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고,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언약 백성으로 합당한 것이다.
3-6절은 인간의 실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3절에는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라고 했고, 4절에는 “주의 목전에는 천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경점 같을 뿐임이니라.”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천년이 긴 세월이지만 주님께는 밤의 한 경점 같을 뿐이기에 인간은 티끌과 같은 자란 것이다.
5절에는 “주께서 저희를 홍수처럼 쓸어 가시나이다. 저희는 잠깐 자는 것 같으며 아침에 돋는 풀 같으니이다.”라고 했고, 6절에서는 “풀은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벤바 되어 마르나이다.”라고 했다.
이 구절 역시, 별 의미 없는 인간의 삶을 말하고 있다. 꽃이 필 때는 뭔가 이룬 것 같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어느 순간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인생은 이런 존재라는 것이다.
영원 전부터 영원까지 모든 것들을 당신의 뜻대로 주관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은 잠시 있다 사라져 버릴 인간들에게 기대를 걸거나 희망을 품지 않으신다. 오직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적절히 활용하실 뿐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아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우리(죄인)들이 있다. 죄인을 불러 의롭게 하시려고 우리를 죄인으로 만드신 주님, 이분이 세상 만물을 주관하시는 언약의 하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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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90:7-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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