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편은 참으로 암담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도대체 어떤 자이기에 이런 식의 푸념을 기도라고 했을까? 그리고 어떤 특별한 사명을 타고 났기에 ‘어릴 때부터 당한 곤란’(15절)이 이렇게도 크고 엄청난 생애를 살아야 했을까?
“나의 영혼에 곤란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음부에 가까웠사오니, 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와 함께 인정되고 힘이 없는 사람과 같으며, 사망자 중에 던지운바 되었으며 살육을 당하여 무덤에 누운 자 같으니이다”(3-5절).
왜 성도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녀가 되었으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번듯하고 당당하게 살면 좋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그들을 능가하는 화려한 삶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본문에 나타난 시인의 삶을 독특하고 특별한 삶이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성도가 이와 같은 삶을 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들어보면, 성도가 세상에서 미움을 당하는데 그것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고 하셨다.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터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세상에서 나의 택함을 입은 자인 고로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요15:19).
그러기에 성도는 이 땅에서 ‘나그네요 행인 같은 자’(벧전2:11)이며, ‘찾는 이가 심히 적은 좁고 협착한 길로 가도록 인도 받는 자’(마7:14)이다. 사도 바울은, 주님의 영광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고난도 같이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롬8:18)고 했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성도가 세상에서 살아가는 삶은 하나님의 피조물로 그분의 언약을 이루기 위한 소모품인 것이다. 소모품은 일정한 시간 사용되다가 그 기능이 다하면 폐기처분 되는 것인데, 이런 우리의 처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들은 자신이 계속 세상에 살아 남기를 기대한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자기 자태를 유지한 채.
이런 발상은 자신이 피조물이란 사실과 소모품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피조물이 그러하듯 우리는 주님의 목적을 위해 활용되고 사용되며 소모되어야 한다. 그래서 불신의 세계인 이 땅에서 주님의 이름을 위해 고난과 핍박을 받으며 사라져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일을 가지고 심판이네, 하나님의 형벌이네 하면서 자꾸만 피하려 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시인은 당당하게 자신의 처지를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리고 이 기도를 주께서 듣고 계신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예수님이 꼭 이런 길을 가셨다.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천대와 멸시를 받았고(사53:3), 평생을 머리 둘 곳도 없이 떠돌아 다니셨고(눅9:58),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마27:46). 단 한 순간도 평안하거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왜 예수님은 이런 고난의 생애를 보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그런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신’(사53:4) 것이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사53:5)이었다. 이 모든 것은 ‘여호와께서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기 때문(사53:6)이다.
예수님의 자녀들은 그분이 가신 길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요10:27)고 하셨고,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저를 귀히 여기시리라”(요12:26)고 하셨고,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입었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 오게 하려 하셨느니라”(벧전2:21)고 하셨다.
성도의 고난은 예수님의 가신 길을 따르는 복된 길이다. 이것을 불평하거나 원망한다면 그는 지극히 어리석은 자이다. 좁은 길, 찾는 이가 심히 적은 길이 생명의 길이다. 반대로 넓은 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멸망의 길이다.
‘심령이 가능한 자가 복이 있고,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고,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가 복이 있고,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가 복이 있는데, 천국은 이런 자의 것’(마5:3-10)이라고 하셨다. 세상이 주는 평안은 참 평안이 아니다. 주님 주시는 평안으로 살아가자.
|
 |
116.37.101.23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 Windows NT 5.1; SV1; EmbeddedWB 14.52 from: http://www.bsalsa.com/ EmbeddedWB 14.52; InfoPath.1)
|
이름검색
Home
시편 87:1-7절 
시편 86:1-17절 
체크된 항목 삭제
체크된 항목 이동
체크된 항목 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