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과연 어떤 심경으로 이런 시를 썼을까?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기에 성경에 나타난 다윗과 관련된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온갖 추측을 다 해본다. 그러나 그런 작업은 별 의미가 없다. 다윗이 어떤 형편에서 시를 썼든지 모든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요5:39)이기에 그런 관점으로 말씀을 보면 되기 때문이다.
‘내게 응답하소서’(1절), ‘내 영혼을 보존하소서’, ‘종을 구원하소서’(2절),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3절), ‘내 영혼을 기쁘게 하소서’(4절), ‘나의 간구하는 소리를 들으소서’(6절) 라고 기도하는 것으로 보아 몹시 답답하여 울부짖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구약의 선지자는 장차 오실 메시아의 모습을 앞당겨 보여주는 그런 운명을 타고난 자들이다. 다윗 역시 그런 삶을 살게 되기에 그의 삶의 역정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본문을 살펴보자.
1절에서 다윗은 자기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나는 곤고하고 궁핍하오니” 라고. 도무지 이게 무슨 뜻인가? 다윗은 아주 젊은 나이에 이스라엘의 군대 장관으로 임명(삼상18:5)되어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그 후에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왕이 된 자이다. 이런 다윗이 궁핍하다는 말은 무엇이며, 그가 무엇이 곤고하다는 것인가?
그는 선지자 사무엘로부터 머리에 기름이 부어진 이후로 이유 없이 핍박을 받았고, 까닭 없이 환난을 당했다. 온 나라가 블레셋의 장수 앞에 꼼짝 못하고 벌벌 떨고 있을 때, 주의 신이 임해 적장을 죽이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고,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승승장구했지만, 왕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했고, 왕이 된 이후에도 신하들의 반란, 자식들의 반란을 겪으며 살았다. 마치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당시 권력자 헤롯의 핍박을 받으며 시작된 수난의 삶이 십자가에서 죽는 그 순간까지 지속된 것처럼.
2절에 “나는 경건하오니 내 영혼을 보존하소서” 라는 말씀이 있다. 여기에서 ‘경건하다’는 말은, 다윗이 완전한 삶을 살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주께 인도함 받는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인데, 이런 다윗을 사람들은 모함하고 핍박하며 괴롭혔다. 그래서 그는 주님께 기도하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온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을 져버리지 않도록 지켜 달라고.
4절에서는 “주여 내 영혼을 기쁘게 하소서”라고 했는데, 이런 기도는 환란을 겪으며 살아가는 성도가 주님만을 바라며 소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거지 나사로나 수난 받는 욥과 같은 처지라 할지라도 주님의 은총을 생각하며 기뻐할 수 있는 자가 성도 아닌가?
5절에서는, 주님을 향해서 ‘사유하기를 즐기시며, 인자하심이 후하시다.’고 했는데, 이런 분이 바로 우리 주님이시다. 만약 그분이 인자하심으로 우리를 용납하지 않으셨다면, 이 땅에서 복음 때문에 핍박을 당하는 그 정도가 아니라 영원히 심판의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절에도 “환난 날에 내가 주께 부르짖으리니 주께서 내게 응답하시리이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늘 환난에 처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 이렇게 환난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란을 당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서로 자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싸우고 다투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선지자는 다르다. 그들은 하나님에 의해 선택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환란을 당하고 궁핍한 처지에 떨어지게 된다.
요셉이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꿈을 꾸고, 그 꿈이 성취되는 과정에서 형들의 미움을 받아 타국에 종으로 팔려가야 했고, 그곳에서도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운명이다. 그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기 백성의 허물과 죄를 담당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건만 아무도 그를 영접치 않았고, 그가 전하는 진리의 말씀을 배격하고 싫어해서 결국은 그분을 죽이고 말았다.
9절에는 “주의 지으신 모든 열방이 와서 주의 앞에 경배하며 주의 이름에 영화를 돌리리이다” 라는 말씀이 있다. 결국은 주님의 언약대로 모든 것이 종결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언약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 지금은 그분의 뜻을 외면하고, 말씀을 믿고 의지하는 자들을 핍박하지만 결국에는 이들 모두가 주께 무릎 꿇을 날이 올 것이다.
복음 때문에 당하는 곤고나 환란이나 핍박이 있다면, 낙심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하며 찬송할 일이다. 이런 삶은 우리 주님의 삶이었고, 자기 백성을 당신이 가신 그 길 그대로 걷게 하시는 주님의 인도하심이다. 따라서 그 길은 나 혼자 외로이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동행하시기에 찬송하며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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