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던가요?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한 짓을 하는데 그 녀석이 하는 일은 술술 잘 풀리고, 몸도 건강해서 아픈데도 없고, 자녀들도 공부 잘하고, 등 따시고 배부르고 호화롭게 오래 오래 살다가 죽을 때도 아무 고통 없이 편안하게 숨이 끊어지고.
이런 꼴 보면 약 오르지요? 아니라고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 성경이 그렇다고 하면 모든 인간은 그런 거예요.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시하였음이로다”(3절)
참 이상하지요? 악인들은 세상에서 형통하고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반면, 왜 의인들은 죽도록 고생하고 핍박 받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사는 것인지. 우둔한 인간의 지혜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납득할 수도 없는 굉장히 불합리한 사태 아닙니까?
시인은 이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때문에 잘못하면 실족할 뻔했는데,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 모든 이치를 깨달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저희 결국을 내가 깨달았나이다”(17절)
그렇다면 성전에 들어가서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하는 것일까요? 성전은 제물을 가지고 들어가서 죄 씻음 받은 장소입니다. 우리의 허물을 대신해서 짐승이 피 흘려 죽임 당하고 그 짐승의 죽음(심판 받음)으로 말미암아 우리 죄가 정결히 씻음 받은 곳이지요.
악인은 스스로 행하는 일에 대해 잘못이라고 느낄 수도 없게 모든 일이 자기 욕망대로 풀리고 되어가도록 인도하신 분이 바로 여호와 하나님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더욱 악을 행하게 되고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되지요.
그리고 이 세상에서의 부과 명예와 권세 등은 하룻밤 꿈과 같은 것입니다. 꿈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모두가 사라져버리는 것 아닙니까. 꿈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든,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었든, 얼마나 큰 영예를 누렸든 상관없이 잠에서 깨어나면 다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잠시 잠깐 있다 소멸해 버릴 그런 곳입니다. 그러니 이 땅에서의 삶에 연연할 이유가 없지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이런 염려 자체가 다 부질없는 것이고요.
시인이 성전에서 제사 드리며 깨달은 것은 주님의 용서와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이고, 이것이 주님과 더불어 영생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란 사실이지요. 그러니 더 이상은 악인이 이 땅에서 잠시 누리는 형통함을 부러워하거나 질시할 일도 없지요. 반대로 성도가 핍박과 고난과 역경에 처했다고 해서 불행으로 간주할 일도 아니고요.
이 땅에서의 몰골이 어떠하든 그와 무관하게 성도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자이기에 실족할 수 없고, 생명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 밖에 나의 사모할 자 없나이다”(25절) 라는 고백이 나오지요.
성전에 들어가서 주님의 오묘한 진리를 깨닫기 전에는 세상 형편을 보면서 공평과 불공평을 판단했는데, 이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보게 되었지요. “내 육체와 마음은 쇠잔하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반석이시오 영원한 분깃이시라”(26절) 이런 놀라운 깨달음이 주어지는 것이지요.
또 ‘주를 멀리하는 자는 망한다.’(27절)는 사실을 발견했기에 악인의 일시적 형통을 더 이상은 부러워하지 않겠지요. 세상에 있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누린다고 행복이 아니라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복’(28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성전, 즉 십자가의 용서와 사랑의 빛 아래서 모든 것이 평가되고 판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본문은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복이라는 개념도 저주라는 개념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형통하다는 것 역시 십자가에 흘리신 피를 기준으로 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은총이 아무에게나 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야말로 주님이 찾아 주셔야 하고 불러주셔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십자가 은총이 없는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선악적 관점에서 평가되고 판단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선과 악을 윤리, 도덕적 관점에서 본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복과 화 역시 이 땅에서 육신이 누리는 쾌락과 연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은혜의 빛, 진리의 영이 오면 모든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보게 되는 기적이 발생합니다. 죄도 의도 내 행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 십자가에서 출발하게 되고, 용서(천국)도 심판(지옥)도 십자가 안에 다 들어 있음을 깨닫지요. 이것이 ‘성소에 들어갈 때’ 즉, 십자가 안에서만 깨닫게 되는 놀라운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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