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처한 현재의 환경은, 사울 왕에게 쫓기다가 다급한 나머지 국경을 넘어 가드(블레셋 사람의 땅)로 피신했고, 그곳도 자신을 용납하지 않고 죽이려는 분위기를 읽고 미친 척 해서 겨우 도망 나와 동굴에 몸을 숨기는 그런 비참한 처지였다.
이러한 형편이 본 시편 여러 구절에서 묘사되어 있는데, 당시의 상황을 그는 “사람들이 나를 삼키려고 종일 치며 압제하나이다”(1절), 또 “나의 원수가 종일 나를 삼키려 하며”(2절), 그리고 “저희가 종일 내 말을 곡해하며 내게 대한 저희 모든 사상은 사악이라”(5절)라고 했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그는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이스라엘 땅에도, 이방 땅에도 그가 안전히 거할 곳은 없었고, 종일 원수의 압제 하에 있었기에 더 이상 환경의 도움이나 사람의 힘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에게는 여호와 하나님이 유일한 피난처요 은신처였다. 그래서 3절에는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라고 했고, 4절에서도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 아니하리니” 라는 고백을 했고, 10절에도 “여호와를 의지하여 그 말씀을 찬송하리이다” 라고 했고, 11절에서도 역시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 하리이까” 라고 했다.
원수가 온 종일 다윗을 죽이려하는 상황에서 힘도 없고 피할 곳도 없고 도움 줄만한 사람도 없으니 세상 그 무엇도 의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런 여건을 조성하신 하나님은 결국 자신만이 다윗의 힘이요 인도자며 피난처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믿게 하시려고 그를 몰아가신다. 그리고 자산만을 의지하게 만드셨다.
그러니 여호와 외에 다른 것을 의지할 수 없고, 오직 여호와만 바라보며 그분의 인도만을 고대할 뿐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붙잡은 여호와 하나님이 진정한 힘이며 생명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니 더 이상은 사람이 두렵지 않고, 환경의 위협이 공포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다윗을 죽이려 해도 여호와께서 지켜 보살피고 있는 한 그들이 다윗을 털끝하나 상하게 못한다는 것을 다윗은 믿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5, 11절)라는 고백을 거듭하고 있다.
성도의 삶은 사람을 의식하거나 환경을 탓할 이유가 없다. 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 여호와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떤 경우를 당한다 하더라도 성도는 주님만 바라보며 그분의 뜻을 찾고 구하면 된다.
여호와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그것도 자신의 언약을 따라 자기 백성을 이끄시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그 인도받는 당사자는 그분의 신실하신 약속의 말씀을 찬송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감사와 기쁨이 고난과 핍박과 쫓김의 상황에서도 터져 나온다는 말이다. 4절에 “그 말씀을 찬송하올지라”라는 표현이나, 10절에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 말씀을 찬송하며 여호와를 의지하여 그 말씀을 찬송하리이다” 라는 말씀이 다 여기에 기인한 것이다.
분명히 성도에게는 고난과 핍박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두려워 공포에 떨기도 하고, 그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 악의 세력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결국은 생명의 주관자 되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고, 그분은 자기 영광을 위해 그 백성들을 보살피신다.
왜 다윗은 온 생애를 이런 고난과 역경 속에서 보내야 했던가? 그는 사무엘 선지자로부터 기름부음 받은 이후 죽는 순간까지 잠시도 조용하고 평탄한 세월을 보내지 못했다. 늘 원수가 생명을 위협하는 처지에 놓였고, 심지어는 자식들마저 아버지를 해하려 했다. 그뿐 아니라 신하들이나 백성들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삶은 장차 오실 예수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자기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그들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셨건만 아무도 그 사랑과 은총을 이해하지 못했고, 기쁨으로 그를 영접하지 않았다. 다윗의 생애에서 보듯 늘 쫓기고 피하며 수난을 당하는 세월로 일생을 끝내셨다.
이것은 완악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의 죄성을 그대로 폭로하는 사건이 되었고, 그런 원수 같은 자를 위하여 자기 몸을 드리는 그 놀라운 사랑의 위력을 보여주신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랑에 사로잡힌 자들은 다윗 같은 고난의 삶을 살게 되고, 그런 삶 속에서도 감사와 경배와 찬양을 쉬지 않는다.
자기 백성을 끝까지 사랑하셔서 구원하시고, 악한 원수들을 영원히 파멸케 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그 능력을 다윗처럼 기쁨으로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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