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름”은 이 땅의 모든 이름을 무위로 돌리고 오직 주님 자신의 이름만을 높이기 위한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신다. 천지만물을 창조하실 때부터 당신의 이름만을 위해 하셨고, 지금도 여전히 그 이름을 위해 만사를 움직이시고, 장차 세상을 심판하시고 끝내실 때도 그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 하신다.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2:9-11).
다윗은 이 사실을 깨달았기에 자신의 생명마저 주의 이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고, 하나님이 자기 영광을 위해 자신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사무엘 선지자를 통해 기름부음을 받고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택받은 다윗은 하나님의 약속에 의지하며 살아가기에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어떤 세력 앞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 권력이 자기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안다. 그래서 그는 주의 이름으로 나를 구원하실 것을 믿고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이여 주의 이름으로 나를 구원하시고 주의 힘으로 나를 판단하소서”(1절).
그러니까 이 기도는 자신이 죽지 않고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의 이름을 위해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성도가 주님께 기도하는 것은 내 필요와 욕망을 아뢰는 것이 되어서는 아니 되며, 주님의 뜻을 알고 그 뜻이 이뤄지기를 소망하면서 터져 나오는 부르짖음이어야 한다.
세상은 자기의 힘과 권력을 유지 또는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움직인다. 사울 왕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이스라엘 왕이라는 권좌에 계속 머물며 더욱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자기 권력을 더욱 곤고히 하는 쪽으로 정치를 해 나갔다는 것이다.
이런 사울에게 다윗이란 인물은 걸림돌이었다. 백성들의 마음이 왕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고 자기의 사위이며 신하에 불과한 다윗에게 기우는 것이 내심 불안했고, 다윗은 많은 전투경험과 병사를 지휘하는 장수였으므로 그 모든 것들이 위협의 대상이었기에 더 이상 위험요소를 방치할 수 없어서 제거하려 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 이름을 위해 행동한다. 상대를 짓밟는 일도, 혹은 타인을 돕는 것마저도 결국은 자기 유익을 의식해서 하게 된다. 이런 인간들은 성경에 나타난 다윗의 기도를 보면서도 그런 관점에서 보게 되고, 그렇게 보면 다윗이 자기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자기를 대적하는 무리들을 원수로 규정하고, 그들이 파멸되기를 기도하는 한편 자신은 구원해 달라는 식의 기도를 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큰 오해이다. 다윗은 자기 생존을 위해 기도하거나, 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해서 그들이 멸망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만약 그러하다면 사울을 죽일 절호의 기회를 그냥 지나칠 리 없지 아니한가? (삼상26장 참조)
그는 하나님의 언약에 붙들려 있다. 그분의 뜻은 어떤 경우에도 펼쳐지고 이뤄진다는 사실을 믿었고, 그 하나님의 뜻을 믿지 못하고 대항하는 자들을 향해 원수로 간주하고 싸웠을 뿐, 자기 생명 보존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주의 이름”을 높이는 자의 삶이며, 그 이름을 부르는 자의 신앙 고백이다.
2절 “하나님이여 내 기도를 들으시며 내 입의 말에 귀를 기울이소서” 라는 간구 역시 언약에 근거한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기도가 언약적 기도가 아니라면 이상한 해석이 도출되고 만다. 무조건 기도하면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식의 해석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란 사실이 3절에서 밝혀진다. “외인이 일어나 나를 치며 강포한 자가 내 생명을 탐색하며 하나님을 자기 앞에 두지 아니하였음이니이다” 이 말씀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들이 하나님의 뜻에 사로잡혀 움직이는 다윗 자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7절의 내용 “내 원수가 보응 받는 것을 나로 목도케 하셨나이다”라는 말씀을, 원수가 진멸되는 통쾌한 모습을 보게 해 달라는 잔혹한 심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악한 심보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은 어떤 경우에도 실패함 없이 반드시 성취된다는 사실을 믿는 믿음의 표현이다.
“주의 이름”은 영원히 찬양받아야 한다. 그리고 성도는 그 이름에 감사해야 한다. “여호와여 주의 이름에 감사하오리니 주의 이름이 선하심이니이다”(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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