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펼치면 낯설고 생소한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즉 우리의 보편적인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수긍하기 힘든 그런 내용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경을 읽으면서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흥미가 없어서 몇 장 못 넘기고 덮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 본문도 납득하기 힘든 말씀이 등장하는데, 2-3절을 보면 “하나님이 하늘에서 인생을 굽어 살피사 지각이 있는 자와 하나님을 찾는 자가 있는가 보려 하신즉 --- 하나도 없도다” 라는 구절이다.
정말 말씀대로 하나님을 찾는 자가 인생 중에 하나도 없다는 것인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도 없다는 말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나 스스로도 하나님을 믿는 자이며, 우리 교회에도 나와 같은 자들이 있고, 또 지상에 흩어진 교회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섬기며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지 아니한가.
물론 믿는 자는 있다. 그러나 그 믿는 자는 스스로의 지혜와 판단력으로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그들을 이끌어주시기에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찾는 자는 없고, 성령이 강권적으로 역사하는 자에 한해서만 하나님을 믿고 찾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마저도 쉽기 용인하지 않는다. 성령이 강권하지 않아도 내 마음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결코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을 오늘 말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믿음은 무엇인가? 당연히 이런 질문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께서 믿게 하실 때 그것을 믿음이라고 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찾을 수 없는 자이지만 이런 우리를 찾아오셔서 믿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가 있을 때만 믿음이라는 것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절 말씀도 쉽게 납득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평가하는 자는 특별히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정말 눈치 없이 행동한다거나, 아무 소득도 없는 일에 매달려 헛수고를 한다거나, 시작할 때와 마칠 때를 분별 못하고 일을 그르치는 등등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성경에서 어리석은 자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하나님이 없는 자’를 어리석은 자라고 했다. 이 표현 자체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불신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불신자는 어리석은 자이다. 그러나 신자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의식하지 못한 채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어리석은 자라는 말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방 나라의 침략을 받아 곤경에 처했을 때, 하나님이 살아 계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힘과 지혜로 대적을 물리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라든가, 오늘날 성도들이 질병이나 가난, 억울한 일 등등을 겪으면서 하나님이 인도하심을 기다리고 의지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든 그 불편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다 치는 행위들이 모두가 어리석은 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님을 의지하지 못하고 자기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하고 자기 지혜를 동원해서 평안하고 행복한 길을 찾아 가려는 자는 결국 ‘두려움이 없는 곳에서 크게 두려워하는’(5절) 희한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이 말씀도 믿음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두려움이 없는 곳이란 주님의 십자가 희생으로 말미암는 용서 때문에 더 이상 정죄가 없는 세계인데, 이런 은총아래서 두려워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그러나 십자가로 말미암는 용서가 없는 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들은 두려운 심판이 늘 그들을 옥죄고 있기에 전쟁에서 승리해서 개가를 부르는 그 시점(두려움이 없는 곳)에도 언제 어떻게 상황이 역전될지 몰라 늘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자는 감사가 있고 즐거움이 넘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능력이 즐거움과 평안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죄악에 포로 된 자신들을 그 포로에서 해방시켜주신 주님의 그 능력을 믿기에 기쁨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 모습은 어리석은 자의 모습(두려움이 없는 곳에서 크게 두려워하는 것)과 정 반대의 모습이다. 외관상으로는 불안하고 두려움이 엄습한 중에서 두려움이 아닌 평안을 누리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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