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편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자고 외치고 있는데, “손바닥을 치고 즐거운 소리로 하나님께”(1절) 찬양하는 모습은, 홍해를 건너 애굽 탈출에 극적으로 성공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께 감사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연상케도 하고, 여러 해 동안 성전을 떠나있던 법궤가 다시 예루살렘 성전에 안치되어 온 백성과 함께 다윗 왕이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세상에서는 애굽이 가장 강대국이었고, 그 나라의 식민지로 430년의 긴 세월을 보낸 이스라엘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초라한 민족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애굽을 박차고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 있어 이들을 애굽에서 건져 가나안으로 인도하셨다.
또 강대국 블레셋과 전쟁에서 승리를 기원하면서 법궤를 앞세우고 전쟁터로 나갔다가 적들로부터 법궤는 빼앗기고 패전하는 수모를 당했는데, 그 법궤가 스스로의 권능으로 블레셋을 벗어나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여호와는 스스로의 권능으로 만왕의 왕이시며 “온 땅에 큰 임군이 되심”(2절)을 공표하신다. 그러니 열방은 당연히 하나님의 선택을 입은 이스라엘을 두려워하게 되고 그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도록 하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스라엘이 이방국가보다 선하다거나 자질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그들을 택하셨기 때문이란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야곱을 사랑하시고 그를 기업으로 삼으신 것은 순전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이었다.
어린양의 피가 생명이 되심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받은 이스라엘. 이들은 온전히 이 사실을 삶의 전 영역에서 드러내는 도구로 뽑힌 자들이다. 애굽에서 극적으로 탈출할 때도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발라 생명을 건졌고, 가나안에 살도록 이끄신 이유도 어린양의 피만을 자랑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알지 못하고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방 백성들은 더더욱 이런 사실에 둔감했다.
아담의 후손으로 태어난 인생들은 하나님의 뜻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온통 자신의 몸 위주로 생각하고 살 뿐, 하나님의 뜻과 영광에는 관심 없다. 이런 사실을 폭로하고 고발하기 위해서도 이스라엘은 필요했던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하면 복을 받게 되고, 주님의 심판으로부터 사함 받고 구원 얻을 수 있다고. 그리고 행복한 삶, 보람 있는 생을 위해서 하나님을 섬기는 것 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고.
이런 사고방식은 아담의 후손들이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생각들이다. 인간들은 아무리 궁리하고 연구해도 이 사고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하나님의 영광, 여호와께 찬양’이란 말은 구호일 뿐 결국은 자기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여호와께 감사하고 찬양하고 경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이런 것은 아예 꿈꾸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데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자들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십자가의 은혜가 깨달아지고, 그분의 언약대로 모든 것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믿어지면서 온통 감사와 기쁨과 찬양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다. 이런 상황에 몰입되면 내 만족이라거나 내 행복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지금 시편에서 외쳐지는 찬양은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터져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다. 그러니 이 말씀 앞에 또 인생은 둘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 십자가의 은혜가 다가온 자들은 감사와 찬양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은혜를 입지 못한 자들은 스스로 찬양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찬양이 될 수 있을까? 더 큰 영광 돌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하나님이 열방을 통치하시며 하나님이 그 거룩한 보좌에 앉으셨도다”(8절)는 말씀은, 모든 상황이 완결되었음을 선포하는 말씀이다. 이미 경배할 자가 정해졌고, 또 심판 받을 자들이 확증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말씀 앞에 그저 감사와 기쁨과 찬양이 나오는 자는 이미 십자가의 생명을 얻은 자이다. 이런 자만이 찬양이 가능하며 경배가 되어 진다. 어린양의 피로 씻음 받은 자, 그는 자신의 성결케 됨을 자랑하는 자가 아니라, 그 피를 자랑하고 찬양하는 자이다. “하늘 위에와 땅 위에와 땅 아래와 바다 위에와 또 그 가운데 모든 만물이 가로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능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계5: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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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64:1-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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