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편 전반부(1-8절)에서는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지셔서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그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것으로 내용이 펼쳐지고 있는데, 후반부(9-26)에서는 자신들을 외면하시고 방치하시며 원수들의 손에 넘기신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평,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를 본문을 통해 살펴보면, “주께서 우리를 버려 욕을 당케 하시고”(9절), “주께서 우리를 대적에게서 돌아서게 하시니”(10절), “주께서 우리로 먹힐 양 같게 하시고”(11절), “주께서 우리로 이웃에게 욕을 당케 하시니”(13절), “주께서 우리로 열방 중에 말거리가 되게 하시며”(14절), “주께서 우리를 시랑의 처소에서 심히 상해하시”(19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버림 받음, 욕을 당함, 조롱, 조소, 능욕, 수치, 비방, 죽임 당함 등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너무도 엄청난 일을 자신들에게 당케 하시는 주님에 대한 시인의 울분과 답답함이 그대로 녹아 있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받는 고난과 핍박이 그들의 범죄 때문에 온 것이라면 수용하겠는데 현재 이스라엘은 ‘주를 잊지 아니하며 주의 언약을 어기지 아니하였다’(17절)고 하고, ‘우리 마음이 퇴축지 아니하고 우리 걸음도 주의 길을 떠나지 아니하였다’(18절)고 하니,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네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인간들이 알고 있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권선징악, 인과응보다. 즉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원인이 있었기에 그에 따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
그런데 이런 인간들의 상식을 가지고 하나님을 이해하려 하니 도무지 이해 불가다. 본문에 나타난 대로 이스라엘은 여호와를 잊어버리거나, 이방 신을 섬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도무지 감당키 어려운 시련이 계속 밀려오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님은 인간의 태도나 행위에 따라 그들을 대우하고 처신하는 그런 분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이끄시고 이 일을 통해 스스로 영광을 취하시는 분이다. 즉 자기 백성에게 은혜와 사랑을 베풀 때도 그들의 선행이나 충성, 열심 등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이 땅에 보내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게 하심으로,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와 아들의 공로와 능력으로만 모든 일을 처리하신다.
그렇다면 왜 이유도 없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그것도 자기 이름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선택한 그 나라를 이방 나라의 압제와 조롱과 억압을 받게 하시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아들의 고난을 사전에 보여주신 사건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 보내신 아들이란 이유 때문에 세상에서 고난과 핍박을 받을 것을 예고하신 일이다.
세상만사는 하나님이 자기 뜻대로 펼치신다. 아들과 맺은 언약을 근거로. 그러기에 이런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고 풀 수 없는 숙제들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을 깨닫고 믿게 될 때는 너무도 분명하고 확실한 것뿐이다.
결국은 아버지와 아들의 언약대로 모든 것이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성도들은 예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되기 위해 고난과 핍박의 삶을 경험하게 되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주님의 뜻을 더 깊이 깨달으며 더 많은 감사와 영광과 찬송을 드리게 된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롬11:36)는 말씀처럼, 시작하신 분이 시작 전부터 모든 것을 계획하셨고, 진행하시고 끝내신다. 오로지 아들을 영화롭게 함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영광을 취하는 방식으로.
내가 살기 위해 주님이 도와주셔야 하고, 내 행복과 만족을 위해 내가 어떤 방법을 동원하면 될까 궁리하다가 ‘하나님이 모든 권한을 쥐고 계신 분이니까 그분을 기쁘시게 하면 이런 내 소망을 이뤄 주시겠지.’ 이런 심정으로 기도하고 헌신, 봉사하는 자는 하나님을 전혀 모르는 자다. 즉 성령 받지 못한 자이다.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다. 따라서 성령을 받은 성도는 오직 그 아들을 자랑하고 높이고 찬양하는 삶을 산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는 말씀이 당연하게 들려지고,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라”(롬14:8)는 말씀이 아멘으로 받아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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