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의 “주께서 우리 열조에게 행하신 일”은 출애굽해서 가나안에 정착하게 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것은 당 시대 사람에게는 크나큰 체험이었으나 그 후손들에게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과거 선조들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오래된 과거를 시인이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출애굽을 경험한 선대들이 왜 그 사건을 후손들에게 또 그 후손들에게 말해 주었을까? 이것은 어떤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인류가 다 알아야 할 것이기에 후손들에게 전했고, 지금도 여전히 이 말씀이 전해져야 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이 원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적용된다. 하나님이 자기 택한 백성을 인도하시되 당신의 뜻과 계획에 따라 이끄시고 자기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어떤 방해와 난관이 닥쳐와도 변개치 않고 반드시 뜻을 성취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스라엘을 가나안 땅에 옮겨 살게 하시고 그곳을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처소로 만드신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작품이다. 결코 이스라엘 사람 중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 이 일을 성사시킨 것이 아니다.
마태복음 15장 13절에 “내 천부께서 심으시지 않은 것은 뽑힐 것”이라는 말씀이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의도와 손길에 의해서만 세상만사가 돌아간다는 것이고, 이 하나님의 일에는 인간의 흔적이나 손길이 남아서는 아니 되는 식으로 주께서 이끌어 가신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나님이 전적으로 일하시는 것에 대해 흡족해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것도 이 땅에 남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마치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불만이 있기에 그 힘에 대항하기 위해 바벨탑을 쌓는 것처럼.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이 이런 인간의 딴지 걸기를 용납하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아무리 높이 탑을 쌓아도 결국 하나님의 손에 의해 다 무너지게 되어 있다. 느부갓네살의 그 찬란한 금 신상도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날아온 돌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듯이.
인간의 입장에서, 아니 내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마땅찮은 경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가나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라. 가나안에서 조상대대로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바다 건너편 나라에서 종으로 지내던 자들이 건너와서 자신들이 살겠다고 우리들을 몰아낸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도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만약 우리가 이런 처지에 놓였다면 그런 하나님을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그 하나님에 대해 분노하고 대적하며 싸우겠는가?
하나님은 자기 뜻만 있지 인간의 입장을 고려하시는 분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인간과 의논해서 합의된 사항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간의 협의로 모든 일을 진행하신다. 이 일에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
출애굽 과정에서 애굽의 장자를 죽이셨고, 추격해 오던 병사들을 홍해에 수장시키셨다. 또 광야 길을 통과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막아섰던 자들을 진멸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나안에 살고 있는 자들 또한 죽이셨다.
이런 하나님의 막무가내 식 일처리는 인간으로 하여금 반발과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스라엘의 반대편에 선 나라만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도 반발했다. 무엇 한 가지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원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을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다 결정하고 그대로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이스라엘은 바보 멍청이가 되고 오직 하나님만 존귀한 분이 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죽을 고생을 하면서 힘겨운 여정을 통과해 왔지만 그들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이 다 하셨으니 너희들은 허수아비라는 식이다. 그러니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 죽을 고생하면서 이곳까지 왔는데 너희들은 아무 한 것도 없다니.
‘열방(이방 나라)을 쫓으시고 열조(이스라엘 선조)를 심으시는 분’이 여호와시고, “민족(이방 민족)들을 괴롭게 하시고 열조는 번성케”(2절) 하시는 분도 주님이시다. 이스라엘의 칼로 가나안을 차지함이 아니요, 저희들의 지혜와 솜씨로 구원받은 것이 아니라 오직 주의 능력이 이 모든 일을 성취하신 것이다(3절).
이제 왜 우리의 힘과 지혜로 아니 되고 주의 이름과 그 권능으로만 모든 것이 되는가 하는 사실을 밝히 알았다. 더 이상 인간의 힘을 내세우지 말라. 오직 주의 이름만 자랑하라. 그 이름이 자기 영광을 위해 모든 일을 감행하신다.
성도는 주님의 영을 받았으니 그분이 하시는 모든 일을 보면서 그 하나님을 자랑하고, 그 이름을 영원히 감사한다. - “우리가 종일 하나님으로 자랑하였나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이름을 영영히 감사하리이다”(8절) -
DATE: 2006.11.19 -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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