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는 다윗이 사울 왕에게 쫓겨 다니다가 가드(블레셋) 왕에게로 도망가서 그곳에서 미친 척하며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비참한 경험 후에 기록했다고 표제에 나와 있다.
다윗이 이런 굴욕과 수치를 당하면서도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모든 일이 형통하고 잘 될 때는 누구나 감사와 경배를 드릴 수 있다. 그러나 심한 고난과 수치와 생명의 위협을 겪으면서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하루하루를 위기 상황 속에서 보내면서 어찌 여호와 하나님을 찬송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다윗은 이런 난관 속에서 여호와를 찬양하고 있고, ‘곤고한 자가 자신의 말을 듣고 같이 기뻐한다(2절)’고 했다. 심지어는 ‘젊은 사자는 궁핍하여 주릴지라도 여호와를 찾는 자는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다(10절)’고 했다.
이 말씀은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주장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사자가, 그것도 힘이 넘치는 젊은 사자가 굶주린다니 이것이 어찌 가능한 일이겠는가? 세상에 있는 먹거리들이 다 사라져 없어지지 않는 한 가장 강한 사자가 제일 먼저 먹이를 차지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런 논리들은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말씀이기도 하다. 아무리 힘이 강하도 그 힘으로 자기를 살릴 수 없다는 말이며, 생명이 유지되는 것은 먹이 때문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그 생명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란 소리다.
그리고 ‘여호와를 찾는 자는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다(10절)’고 했는데, 지금 다윗이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는 분명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데, 그가 처한 환경이 그렇게 자랑하고 좋아할 만한 것인가?
사울 왕에게 쫓겨 다니며 자국 내에서는 도무지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이웃 나라로 피신했고, 그곳에서도 여의치 못해 미치광이 흉내를 내다가 추방당하고, 산속 굴을 찾아 피신하면서 겨우 연명하고 있는 현 처지가 정말 부족함이 없는 삶인가?
우리는 여기에서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분명 그가 경험하는 환경은 안락하거나 평안한 상태가 아니다. 그런데 그는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이것은 과장이나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진실한 마음의 표출이다.
주님의 사랑을 입고, 그분의 용서를 맛본 다윗은 그 풍성하신 은혜에 도취되어 있다. 그러기에 육적인 형편이 곤고하고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그 마음은 평안으로 넘치고 전혀 부족을 모르는 상태다.
성도는 바로 이런 자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제공하시는 온갖 좋은 것으로 풍족함을 누려 부족함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주님의 용서와 사랑을 입지 못한 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다윗의 이런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죄의 은총을 입은 자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외침이요, 어쩌면 이런 찬양 정도로는 도무지 그분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미흡함을 느낄 뿐이다.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8절)”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주님의 능력과 사랑과 은총을 경험한 사람은 분명히 감사와 찬양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맛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저(하나님)에게 피하는 자는 다 죄를 받지 아니하리로다(22절)”라는 말씀으로 본 시가 끝을 맺는데, 이것이 바로 다윗이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허물의 사함을 얻고 그 죄의 가리움을 받은 자는 복이 있도다(32:1)”라는 말씀과 맥을 같이하는 구절이다. 죄 용서 즉 수치와 허물을 덮어주시는 그 사랑, “저희의 죄를 저희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신 말씀(고후5:19)”을 믿는 것이 마음 바탕에 깔려 있기에 이 땅에서 겪는 풍랑이나 파도는 안중에도 없다. 결국은 그 풍파에도 주님이 목적하신 곳에 반드시 당도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다(히9:27).’ 그래서 모든 이들은 주님의 심판으로 지옥 형벌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여호와께 피하는 자는 다 죄를 받지 아니한다고 약속하셨으니, 주께 피한 자의 그 마음이 본 시를 기록한 다윗의 심정이며, 그와 같은 은총을 입은 자가 함께 찬양할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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