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의 대부분이 여호와께 간구하는 내용들이지만, 특히 본 시는 아주 구체적으로 다윗이 성소를 향해 손을 들고 주께 부르짖는다고 하고, 그 간구에 응답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기에, 본문을 바탕으로 기도에 대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보려 한다.
우선 다윗은 ‘성소를 향하여’ 손을 들고 부르짖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기도하는 자세를 보여준다거나 특별히 그렇게 기도하면 기도가 잘 된다거나 하는 이유로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성소는 여호와의 약속이 담긴 곳이다. 즉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성막을 짓도록 명령하셨고, 그 성막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만날 것을 약속 하셨다(출29:43).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의 약속을 근거로 기도하고 있다.
이것이 신약 시대로 넘어오면 ‘예수 이름’으로 기도하게 되는데, 이 또한 약속인 것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시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을 인하여 영광을 얻으시게 하려 함이라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시행하리라(요14:13-14)”고 하셨고, 그 약속을 믿는 성도들이 예수 이름으로 기도하게 된다.
예수님은 자기 백성들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이 대속의 희생을 치르셨기에 자기 백성들은 그 희생을 근거로 그분의 이름을 들어 기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예수 이름으로 기도하는 자는 그분의 십자가 희생이 자기 죄 때문임을 믿는 자이고,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게 된다.
만약 이런 믿음이 없는 자라면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할 수 없고, 혹 기도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그 이유는 예수님의 희생이 그와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대목을 만나게 된다. 아무나 기도할 수 없고, 또 주님은 모든 이들의 기도를 다 듣는 것이 아니란 점인데, 이렇게 기도를 통해 택함을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하는 자를 철저히 나누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다윗의 기도 속에도 그대로 비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윗은 과연 어떤 내용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을까? 보통 우리가 다윗의 기도 내용을 추측해 본다면 아마 이런 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었기에, 나라의 번영과 백성의 안일을 위해 기도했을 것이고,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의 평안과 자녀의 건강 등등을 기도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다윗의 기도는 이런 우리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는 “행악하는 자와 함께 나를 끌지 마옵소서(3절)”라고 기도했고, ‘악인들이 그 행한 대로 보응해 달라(4절)’고 부르짖는다. 그뿐만 아니라 ‘여호와의 행하신 일을 생각지 아니하는 자를 파멸하고, 기름 부음 받은 자는 구원해 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다윗의 이 기도에는 도무지 사랑과 긍휼을 찾아볼 수 없고, 너무 잔인하고 무자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 적들에게 시달리며 고통을 당해서 그들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찼기에 도무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어서 그런 기도를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다윗처럼 기도하는 대신, 원수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악인들이 회개하고 우리와 함께 은혜와 사랑을 입도록 간구하는 것이 더 차원 높은 기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일단 우리의 생각은 접어두고, 예수님은 어떻게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수님의 기도는 요한복음 17장에 잘 나타나 있는데, 그 주된 내용은 택한 백성이 예수님 자신을 믿는 것으로 아버지가 영광 받는데, 택한 백성들이 모두 다 예수 믿어 아버지가 영광 받으시길 기도했고, 아버지 뜻대로 자신이 십자가에 죽어서 모든 의를 이루기를 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기도 역시 택한 백성을 위한 기도였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그 기도 속에 차별과 나눔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예수님의 차별과 나눔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세상은 이런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인간에게는 이런 차별이 두렵고 싫다. 사랑을 외치는 분이 예수라면 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다 용서하고 같이 천국으로 데려가야지, 끝까지 자기가 원하는 몇몇 사람만 구원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나 주님은 인간들이 납득하는 식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아니라 오직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순복할 뿐이다. 그렇다면 성도도 역시 세상 눈치 볼 것 없고, 아버지의 뜻을 기뻐하며 따르면 된다. 이것이 성도의 기도여야 하고 다윗은 이런 기도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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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24.04.24 - 2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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