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는 다윗의 여호와를 향한 신앙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잘못 읽으면 한없이 교만한 자의 마음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결코 자신의 완전함을 자랑한다거나 스스로의 열심과 노력에 자긍심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그는 여호와의 인도하심과 긍휼을 받은 자이기에 어떤 환경에서도 평안과 감사와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절 “내가 나의 완전함에 행하였사오며 요동치 아니하고 여호와를 의지하였사오니”라는 구절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으나 결코 그런 관점에서의 표현은 아니다.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사로잡힌 자는 어떤 일을 당해도 요동할 이유가 없다는 믿는 자로서의 신앙 고백이다.
“여호와여 나를 판단하소서”라는 말은, 사람의 판단에 신경 쓰기보다 여호와 하나님만 의식하며 살겠다는 다짐이다. 사실 다윗은 많은 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고통을 받으며 살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든 관계없이 여호와께 사랑을 입고 그를 의지하고 있음을 보이는 내용이다.
2절에서 “내 마음을 단련하소서”라고 했는데, 이것은 자신이 당하는 억울함과 고통이 참고 견뎌야 할 시험임을 알고 하는 기도이다. 성도는 세상에서 좁은 길을 가는 자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과 아픔이 수반하는데 이것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연단하는 과정이며, 이런 과정을 거쳐 정금같이 새롭게 하실 것을 내다보며 인내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3절에는 “주의 인자하심이 내 목전에 있나이다”라고 고백했는데, 사실 이런 믿음이 없다면 살 소망이 없는 자이다. 우리가 성도이긴 하지만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은 허물과 죄뿐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죄인이지만 주님이 용납하시고 사랑하시겠다는 약속이 있기에 성도는 주님의 인자하심에 모든 소망을 건다. 그러니까 시인은 자신이 늘 주님의 인자하심 앞에 놓여 있음을 알고 감사하는 것이다.
4절에서는 “허망한 사람” 그리고 “간사한 자”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나오는데, 이런 표현은 불신자와 전혀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성도는 그들과는 가는 길이 다르며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에 나눠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불신자의 삶은 허망한 것이며, 당장의 이익을 따라 하나님을 배반하는 간사한 삶을 살기에 이런 모습을 따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5절에서 “행악자의 집회를 미워”한다는 표현 역시 같은 차원에서의 이야기다. 행악자의 집회를 미워하는 대신 “주의 계신 집과 주의 영광이 거하는 곳을 사랑(8절)”한다고 고백했다. 이것은 주님의 언약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내용이다. 여호와가 계신 집, 영광이 거하는 곳은 성전을 일컫는 말로써, 그 성전에서 정결한 짐승의 제사로 말미암아 성도는 죄 사함을 얻고 주님 품에 안길 수 있다. 이런 주님이 약속이 있는 성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9절에서는 “내 영혼을 죄인과 함께, 살인자와 함께 거두지 마소서”라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주님의 용서가 없고, 긍휼을 얻지 못하는 자의 결말을 알기에 그들과 함께 자기 영혼을 거두지 말아 달라는 간구를 드리고 있다.
불신자의 가는 길은 주님의 긍휼과 무관한 멸망의 길이다. 그러나 성도는 주님과 더불어 영생할 자이기에 그들과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은 명백하다. 성도가 세상에서 무슨 일을 당해도, 그리고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행악자의 길을 갈 수는 없다.
사실 주님의 긍휼과 보살핌 속에 거하는 성도는 세상 풍파에 요동할 일이 없기에 평온한 삶을 산다. “내 발이 평탄한데 섰사오니(12절)”라는 고백이 이런 믿음을 근거로 나온 말이다. 즉 자신이 반석 위에 든든히 서 있음을 알기에 너무도 안전하고 평안하다. 그래서 자신을 그런 반석 위에 세우신 그분을 송축하며 모든 영광을 그분께 돌려 드린다.
과연 우리는 다윗 같은 이런 찬송을 드릴 수 있는가? 주님의 품에 거하기에 요동치 아니함을 확신하는가? 또 끝없는 시련과 환란이 우리 앞에 닥쳐와도 이 모든 과정은 단련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우리를 넘어지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는가? 지금은 비록 우리의 모습이 초라하고 비천하나 결국은 주님의 영광에 참여할 자이며, 주와 더불어 세세토록 왕 노릇 할 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자. 그는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고,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도 없이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버린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당하셨다. 그러나 그의 그 길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고 우리의 죄악 때문이었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화평을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다(사 53:2-5).
이 사실을 믿는 자라면 다윗처럼 감격에 찬 찬양을 드릴 수 있으며, 고난의 삶을 감사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의 영화를 바람이 아니라 그 나라와 의를 진정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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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24.04.23 - 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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