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모든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요5:39)”이라고. 이 말은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것도 예수님에 대한 증거이고, 레위기에 기록된 복잡한 제사 제도나 절기들도 예수님을 증거하는 것이고, 시편에서 다윗이 자신의 심정을 한 편의 시로 나타낸 것도 예수님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러할까? 성경 구절 전체가 오로지 예수님만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말씀에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 많은 분량의 성경 구절들이 모조리 예수에 대한 증거로만 채워져 있단 말인가?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분류해 본다면, 한 국가가 질서를 유지하며 바로 세워지기 위한 법들이 서술되어 있기도 하고, 한 개인이 바르고 옳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교훈도 담겨 있고, 왕이나 백성 할 것 없이 하나님 앞에 꼭 지켜야 할 율법들도 있고, 기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이 자기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못 박아 말씀하셨다. 그러기에 이제 본문을 살피면서 과연 다윗이 서술한 시구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 분명한가를 점검해 보자.
다윗은 본 시를 통해 자신의 참담하고 답답한 심정을 토해내고 있는데, 먼저는 자신의 고통을 전혀 돌아보지 않으시고, 간절히 부르짖는 음성에도 묵묵부답이신 하나님에 대해 항변하는 듯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고, 다음은 사람들이 자신을 조롱하고 비웃으며 심지어는 벌레 취급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그러다가 뒷부분에서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시고 구원하신 여호와를 찬송하며 끝맺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복잡 미묘한 다윗의 심정이 장차 오실 예수님의 고난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다윗이 1절에서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하고 외치는 그 부르짖음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직전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마27:46)” 하시면서 부르짖는 외침이었다.
또 6절에서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니이다.”라고 탄식하고 있는데, 이 또한 예수님이 자기 백성에게 당하시는 모습이며(마27:28-31), 대적들이 다윗을 핍박하고 죽이려 달려들면서 조롱하는 말 중 “저가 여호와께 의탁하니 구원하실 것, 저를 기뻐하시니 건지실 것(8절)”이라 하면서 놀렸다고 했는데, 이 모습과 똑같이 예수님도 당하셨다(마27:43).
이뿐이랴! 18절에서는 “내 겉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 뽑나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예수님에게 그대로 일어난 사건이다(마태27:35).
그러기에 다윗의 시를 예수님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와 동일한 한 인간의 마음을 통해 세상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내 찌든 삶의 위안거리로 삼거나, 나의 필요와 목적 때문에 이런 말씀을 끌어와서는 아니 된다.
참 이상하지 아니한가? 어떻게 예수님보다 훨씬 이전에 살았던 이스라엘의 왕 다윗이 살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그에 따른 마음의 표현들이 약 1,000년 후에 오실 예수님의 모습을 나타내고 증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김없는 확실한 사실이다. 다윗뿐만 아니라 성경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예수 그리스도를 설명하고 그분의 사역을 보여주는 그림자 역할을 위해 존재했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인간 개인의 사적인 행복이나 목적, 혹은 소망을 위해 성경이 주어진 것이 결코 아니며, 어떤 인간도 자기만족을 위해 자기중심적 생각으로 살아서는 아니 된다는 증거가 된다.
모든 것은 예수 그리스도 중심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작정하신 뜻이다. 그 아들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 세상만사를 움직이시고, 그것을 목표로 우리도 이끄신다. 이 사실을 제대로 깨달은 자라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으며 본인 또한 평강과 기쁨의 삶을 살 수 있다.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범사에 감사해야 할 자들이다. 만약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과 원망을 쏟아낸다면 이는 분명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있다는 증거다.
또 감사의 이유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면 이것은 제대로 된 감사가 아니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이 못 된다. 즉 자기만족에 치우친 헛된 욕망의 발로일 뿐 피조물의 위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고(롬14:8),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자가 참 된 성도이다(고전10:31). 그런데 문제는 어떤 자도 이렇게 살지 못한다. 그러나 주님의 십자가 영이 임할 때 이런 모습이 표출된다. 그러기에 성도는 주의 십자가에만 기대를 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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