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0편 말씀에 대한 응답으로써 21편이 주어진 것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20편의 내용은 전쟁에 나서는 왕을 위해 온 백성이 승리를 기원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기도대로 승리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본 시편이다.
성도의 기도는 하나님의 약속을 근거로 할 때 반드시 응답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과 무관한 내 필요와 욕망을 간구한다면 이것은 기도도 아니며 당연히 응답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기도 응답의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정성으로 간구하면 응답을 받는구나!’ 라고 생각해서 내 요구를 장황하게 나열하며 기도하는 일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바라고 원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아 하나님을 원망하고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자들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을 차근차근 살필 필요가 있다. 주님의 기도 응답은 반드시 그분의 뜻대로 구할 경우에만 성사된다. 이런 철칙을 깨닫지 못한 채 기도한다는 자는 주님의 뜻과 무관한 허황된 내 욕망을 발산할 뿐이다.
1절 말씀에 “기뻐하며-- 즐거워하리이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비켜 감을 알 수 있다. 흔히 우리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재산의 증식이나 지위의 상승, 혹은 소망하는 바가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즐거움과 기쁨은 모두가 허무한 것이다. 지속될 수 없는 임시적인 것이요 상황에 따라 슬픔이나 고통으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솔로몬은 세상이 주는 이런 가변적인 쾌락과 기쁨을 “미친 것”(전2:2)이라고 혹평했다.
다윗은 이런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세상 것으로 기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원천은 “주의 힘, 주의 구원”(1절)이었다. 즉 인간의 힘과 재주로 이룰 수 없는,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죄에서 구속하심, 바꿔 말하면 ‘지옥의 형벌에서 주님과 더불어 영생하는 천국으로의 옮김’ 이것이야 말로 참된 성도의 기쁨이요 즐거움인 것이다.
본문에서는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신 주님을 찬양하고 있으나, 이 전쟁은 단순히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싸움에서 내 나라가 승리하는 그런 표면적인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세운 나라요, 다윗은 그 일을 위해 기름부음 받은 왕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다윗의 승리는 여호와 하나님의 승리요, 그분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기에 찬양의 이유가 된다.
6절 말씀에도 ‘기쁨과 즐거움’에 대해 서술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주님이 주시는 영원히 변치 않는 영생에 대한 복을 말하고 있다. “아름다운 복”(3절)이나 “지극한 복”(6절)도 세상에서 우리가 꿈꾸고 소망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주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죄 용서와 사단으로부터의 건짐, 그리고 주님과 더불어 영생하는 하늘나라의 삶을 두고 일컫는 표현이다.
물질의 복이나 세상의 복을 논하는 자들은 더 많은 복을 받기를 갈망하고 날마다 새로운 복을 갈구한다. 그러나 주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아름다운 복, 지극한 복을 받은 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복을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께서 십자가를 통해서 다 이루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미 모든 것을 다 받았기 때문이다.
죄의 사함을 받고, 허물의 가리움을 입은 자는 모든 것을 다 얻은 자이다. 이것이 복의 전부이다. 성도에게는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것이 복이 될 수 없다. 이 사실을 깨달은 자들은 이 땅의 것으로 만족하며 기뻐하지 않는다.
다윗을 전쟁에서 승리케 하신 여호와는 능력의 주시다. 자기 원수를 향해 진노하시고 분을 발하시는 분이다. 결코 원수의 궤계에 놀아나는 그런 연약한 자가 아니다. 이런 권능을 가진 하나님을 믿는 성도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결코 요동하는 법이 없다(7절).
여호와를 믿는 성도는 자신의 힘과 지혜와 능력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자기 자신에게 기대를 걸지도 않는다. 자신의 가능성을 의지하는 자는 하나님을 믿을 수 없다. 이런 자들의 믿음이란 자신의 곁에서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도움을 주는 협력자 정도로 하나님을 취급하는 자이기에 전적으로 주께 맡기고 의뢰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원수의 폭력으로부터 자기 백성을 지킬 능력이 없는 분이라면 그런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전능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는 분이다. 이런 분이 우리 주시기에 우리는 영원히 그분의 권능을 노래하고 찬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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