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인 중 한 사람(성전에서 예배할 때 악기를 다루던 자)이 과거 바벨론 포로 시절을 회상하며 부른 노래로 추정된다.
1절에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라는 표현을 보면, 시인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 떠나온 고국을 그리워하며 슬퍼하고 있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다.
2-3절 “그 중의 버드나무에 우리가 우리의 수금을 걸었나니 이는 우리를 사로잡은 자가 거기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며, 우리를 황폐케 한 자가 기쁨을 청하고 자기들을 위하여 시온 노래 중 하나를 노래하라 함이로다.”
이 구절에서는 바벨론 사람들이 포로로 잡혀 온 이스라엘 사람 중 악기를 가진 자에게 자기들의 유흥을 위해 시온의 노래를 연주할 것을 요청했고, 악기를 가진 자는 성전에서 하나님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 아닌 이방인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거절했다(수금을 버드나무에 걸었다)고 한다.
4-5절 “우리가 이방에 있어서 어찌 여호와의 노래를 부를꼬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을진대 내 오른손이 그 재주를 잊을지로다.”
이 구절 역시 바벨론 사람들에게 성전의 노래를 연주할 수 없었던 이유를 거듭 설명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연주할 수 없는 이유로 ‘세월이 흘러 이제는 손이 굳어서 더 이상 연주할 수 없다’고 핑계를 대며 거절했겠지만 사실은 재주를 잊지 않았고 하나님을 찬송하며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음을 엿볼 수 있다.
6절 “내가 예루살렘을 기억지 아니하거나 내가 너를 나의 제일 즐거워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아니할진대 내 혀가 내 입천장에 붙을지로다.”
‘악기 연주하는 재주를 잊는 것’과 ‘예루살렘을 기억지 아니함’을 등치시키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 특히 성전에서 하나님을 찬송하며 악기를 다루던 자가 ‘예루살렘’을 잊는다는 것은 내 몸이 불구가 되어(내 혀가 내 입천장에 붙을지로다)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보다 더 엄청난 일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7절 “여호와여 예루살렘이 해 받던 날을 기억하시고 에돔 자손을 치소서 저희 말이 훼파하라 훼파하라 그 기초까지 훼파하라 하였나이다.”
여기서는 하나님의 언약을 무시하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에돔 자손을 향해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나를 괴롭힌 자가 파멸하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언약의 신실한 시행’을 간구하는 내용이다.
8절 “여자 같은 멸망할 바벨론아 네가 우리에게 행한 대로 네게 갚는 자가 유복하리로다 네 어린 것들을 반석에 메어치는 자는 유복하리로다.”
이 구절 역시 언약의 성취를 내다보며 기도하고 있다. 이방인이 멸망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언약을 몰라 언약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세상 나라 중 하나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온몸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계시적 존재다. 그러기에 그들을 통해 하나님을 공경할 이유를 배워야 하고 그분의 주되심을 찬양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세상 나라는 이스라엘을 그렇게 보지 않았다. 약육강식의 세상으로 판단하고 힘을 길러 약한 자를 삼킴으로 더욱 나의 삶이 풍족하고 행복하기에 약한 이스라엘을 삼키는 일에 혈안이 되었다. 이것이 이방 나라가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사람들은 자기에게 도움을 줄 자인지 아닌지를 살폈고, 그 결과 자기에게 도움은커녕 극악한 해를 끼칠 자로 결론을 내려 살해하고 말았다. 이것이 언약을 모르는 이방인들의 최종적인 모습이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자기 영광을 위해 지었고, 그 지음 받은 자들은 창조주를 찬송하도록 하셨다. 그런데 인간은 유독 다른 피조물과 달리 자신이 영광을 받아야 한다고 우기며 자기 만족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고, 지금도 여전히 주를 섬기는 대신 자신을 섬기며 살아간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는 일도 언약에 따른 것이고, 이스라엘을 파멸케 한 바벨론이 멸망하는 것 또한 언약이 성취되는 일이다.
시인은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며 주를 찬양하고 있다. 혹자는 ‘에돔 자손을 심판하고 바벨론 사람들의 파멸을 간구하는 것이 어떻게 여호와를 찬양하는 것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자신을 괴롭힌 자들을 사랑으로 품고 용서하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랑의 하나님은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성취하실 때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다. 인간 개인의 원수는 존재하지 않고 언약의 원수만 있다. 시인이 소돔과 바벨론의 멸망을 기도하는 것은 언약을 외면한 자의 파멸을 간구하는 것이기에 언약에 따른 기도이다.
사도 바울의 외침을 기억하자.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거든 저주를 받을지어다(고전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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