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 올라가는 노래’가 120편 이후에 계속 펼쳐지고 있는데, 본문에서는 ‘복이 무엇인가’를 노래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흔히 사람들은 재물, 명예, 권세 등을 얻게 된 자를 복 받았다고 하고, 그런 사람을 모두가 부러워한다. 그런데 시인은 사람들이 복으로 여기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것을 복으로 제시하고 있다.
1절에는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 도에 행하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라고 했다. 이것은 여호와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하며 사는가가 복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 언약을 주셨는데, 그 언약을 믿고 살아가는 자가 복된 자라는 것이다.
2절에서는 “네가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라고 했다. 이것도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복과는 거리가 멀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음’은 당연한 일이지 복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수고한 것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야 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시인은 손이 수고한 대로 먹는 것을 복이라고 했을까? 복을 받은 자는 성도이고, 성도는 하는 일 전부가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일에 활용되는 자다. 그러기에 손의 수고는 나를 위함이 아닌 주를 위함이고, 주님을 위해 수고했는데 나에게 먹을 것이 제공되었으니 이는 주님의 특별한 사랑이 베풀어진 것이기에 복이 아닐 수 없다.
3절 “네 집 내실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상에 둘린 자식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
이 구절도 복으로 거론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남자가 결혼하면 아내가 있고, 또 자식이 태어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왜 집 내실에 아내가 있는 것을 ‘결실한 포도나무’로, 밥상에 둘러앉은 자식을 ‘어린 감람나무’로 표현하면서 복되다고 했을까?
아내를 맞이하는 것이나 자식을 얻는 것을 평범한 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언약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 너무도 큰 은혜와 사랑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포도나무와 감람나무는 그들 주변이 늘려 있어서 흔한 것이지만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인간들의 의식구조가 문제가 있다.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는 것도 나를 위함이 아니라 언약을 이루기 위해 조성해 주신 주님의 환경임을 알 때 그것을 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4절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는 이같이 복을 얻으리로다.” 이 구절은 1절을 반복하면서 다시금 복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언약을 떠나서는 결코 복을 거론할 수 없기에 생존에 유리한 환경, 바라고 원하는 것을 소유함,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복이 아니라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에 앉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다.
피조물은 창조주 하나님을 높이고 경배하도록 두셨다. 그러기에 주님을 찬양할 수 있다면 그가 복된 자다.
5절[“여호와께서 시온에서 네게 복을 주실지어다 너는 평생에 예루살렘의 복을 보며”]은 본 시의 핵심이다. 여기서 ‘시온의 복’ 즉 ‘예루살렘의 복’을 거론하면서 과연 복이 어떻게 주어지는지를 말하고 있다.
시온, 예루살렘은 성전이 있는 곳, 즉 성전을 지칭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복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성전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과 만나겠다고 약속하신 곳이기에 그곳에서만 복을 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고 성전으로 올라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왜 이런 시를 노래했을까?
제물의 죽음을 통해 우리의 죄가 용서받고 하나님의 사랑을 입을 곳, 이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그들은 자신이 완악한 죄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죄는 오직 대신 희생되는 제물이 아니면 결코 씻을 수 없기에 하나님이 약속하신 그곳, 그 방법을 따라 나아갔다.
‘예수는 우리 범죄함을 위하여 내어줌이 되었고, 또한 우리를 의롭다 하심을 위하여 살아나셨다(롬4:25).’ 이것이 언약의 핵심이고, 그 언약을 믿고 사는 자가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이며 복 받은 자다.
6절 “네 자식의 자식을 볼지어다 이스라엘에게 평강이 있을지로다.” 이 말씀 역시 복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일처럼 느껴진다. ‘자식의 자식을 본다’는 것은, 손자가 태어나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인데, 이걸 굳이 복으로 거론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식의 자식을 본다는 것은 대를 잇는다는 의미인데, 하나님의 약속이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것을 말한 것으로, ‘이스라엘에게 주어지는 평강’은 다름이 아닌 언약 안에서 영원히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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