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에 두 가지 정보가 담겨 있다. 저자가 솔로몬 왕이란 것과 성전에 올라가면서 부른 노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표제만 보고 솔로몬 왕이 성전에 올라가면서 부를 목적으로 이 시를 지은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이보다는 본 시를 후대의 사람들이 성전에 올라가면서 불렀기에 시편을 분류하면서 이런 표제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전후 사정이 어찌 되었건 솔로몬이 저자인 것은 확실하고, 또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에 올라가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제 본문을 살펴보자. 1절[“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군의 경성함이 허사로다.”]은 솔로몬의 경험에서 우러난 신앙 고백이다.
그는 성전을 짓는데 7년(왕상6:38), 왕궁을 짓는데 13년이 걸렸다(왕상7:1). 이 장기간의 엄청난 공사는 자신뿐만 아니라 온 백성이 힘을 쏟았기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을 솔로몬 왕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고백(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워진 건물을 지키는 것인데, 이 또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셔야만 가능함(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군의 경성함이 허사로다)을 고백하고 있다.
2절에는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라고 했다.
이 구절은 1절의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인간의 수고보다 여호와의 보살피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주가 되시어 세상만사를 주관하신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자들은 오직 인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여기기에 사람이 하는 일에 주목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지혜와 수고를 총동원한다.
그러나 주님은 인간의 노고를 ‘헛되다’고 하신다. 그 이유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일의 성사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피 흘림이 없으면 사함이 없느니라(히9:22).”
그래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라고 했다. 이것은 앞 구절의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신 것이다. 믿음 없는 인간들은 불철주야 수고하지만 주님은 자기 백성에게 잠(쉼)을 주신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사랑이다.
그런데 2절을 ‘죽도록 수고하지 말고 충분히 잠자면서 여유롭게 일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면서 자신의 게으름을 정당화하는 자들도 있다. ‘잠도 자고 여유를 가지면서 일하라’는 뜻이 아니라 ‘일의 성사 여부가 주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씀한 것이다.
3절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이 말씀은 ‘인간의 수고와는 상반된 주님의 일하심’을 언급한 내용이다. 자녀가 태어나는 것은 인간이 수고한 결과가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은혜를 베풀어주신 결과다.
마태복음 15장 13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심은 것마다 내 천부께서 심으시지 않은 것은 뽑힐 것이니” 하나님이 세우신 것, 심으신 것 외에는 다 뽑힐 것을 말씀하셨다.
4-5절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이것이 그 전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라는 말씀 역시 3절과 연결되어 해석해야 한다.
사람의 수고가 아닌 여호와 하나님이 주신 것이 진정 복된 것인데, 그것(자식)을 ‘장수의 수중의 화살’로 표현했다. 적과 싸우는 장수는 공격 무기가 충분할 때 두려움이 없다. 이처럼 하나님의 주신 것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대적을 만나도 두려움이 없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희가 성문에서 그 원수와 말할 때에 수치를 당치 아니하리로다.”라고 했다.
내 것을 가지고 원수와 대적할 때는 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수치를 당하는 것’이라면, 주님의 것으로 무장하고 원수를 대할 때는 ‘수치를 당치 아니한다’는 것이다. 즉 사단의 정죄함에 십자가 피로 무장해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성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니라(롬8:1-2).”
솔로몬 왕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지혜를 총동원하고 온 정성을 다해 성전을 지었다. 하지만 그 성전은 후대에 바벨론 왕에 의해 파괴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하나님이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다. 이것은 성전이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아들을 죽였다. 이것은 성전이 파괴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리셨다. 이것은 인간이 허물 수 없는 영원한 성전이다.
성전에서 제물이 피를 흘려 죽음으로 백성의 죄는 용서받게 된다. 즉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으로 자기 백성의 죄가 용서받게 된다. 이것 외에 다른 성전은 없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에 올라가면서 왜 솔로몬 왕의 이 시를 노래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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