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는 표제에 [다윗의 시, 곧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다수의 학자가 ‘다윗의 시’란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이유로 ‘다윗 시대에는 성전에 없었는데 어떻게 다윗이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를 지을 수 있는가?’라고.
이런 의문 제기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다. 본 시 외에 3편(124, 131, 133편) 더 같은 표제가 붙어 있기에 저자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분명 다윗 시대에는 성전에 없었고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지은 것이 처음 성전이다. 하지만 다윗은 아들이 성전을 지을 수 있도록 모든 재료를 준비했고, 그 성전을 마음속에 그리며 살았다.
그런 다윗이 아름다운 성전을 머리에 그리면서 온 백성이 하나님께 제사하기 위해 성전으로 올라가는 것을 상상하며 찬양의 노래를 지을 수 없었을까? 또 성전이 아닌 성소에 올라가면서도 얼마든지 여호와를 찬양하며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그러니 다윗이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를 지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제 본문을 살펴보자. 1절 “사람이 내게 말하기를 여호와의 집에 올라가자 할 때에 내가 기뻐하였도다.” 이것은 다윗이 왕이 아닌 과거 평민으로 있을 시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절기가 되어 이웃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께 제사하기 위해 성전을 향해 갈 때 무한한 기쁨과 설렘이 있었던 그 시절을.
2절 “예루살렘아 우리 발이 네 성문 안에 섰도다.” 이는 힘들고 어려운 먼 길을 걸어 성문에 이르게 되었을 때의 감격을 표현한 것이다. 상상해 보라. 멀고 험한 사막길을 몇 날 며칠이 걸려 힘들게 도착했을 때의 심정을.
3절 “예루살렘아 너는 주밀한 성읍과 같이 건설되었도다.”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 성에 도착해서 성을 내려다보면서 아름답고 거대한 도시에 감탄하며 감상에 젖어 있다. 예루살렘은 다윗이 여부스 사람의 땅을 빼앗아 ‘다윗 성’이라고 개명하고(삼하 5장 참조) 그곳에 왕궁을 세웠고 또 성전이 세워진 곳이다.
4절 “지파들 곧 여호와의 지파들이 여호와의 이름에 감사하려고 이스라엘의 전례대로 그리로 올라가는도다.” 이 장면도 충분히 상상이 간다. 절기가 되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전에 올라가 여호와께 제사드리는데(신16:16), 순서에 따라 질서 있게 도열해서 올라가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을 것 같다.
5절 “거기 판단의 보좌를 두셨으니 곧 다윗 집의 보좌로다.” 이 구절은 성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판단의 보좌’는 여호와만이 모든 것을 판단하시는 분이란 의미다. 죄와 의, 심판과 용서는 오직 주님의 평가에 달려 있다. 제물의 희생을 받고 용납하시는 분도 여호와, 제물을 거절하시는 분도 여호와시다.
그런데 이 ‘판단의 보좌’를 ‘다윗 집의 보좌’라고 한 것은 하나님이 자신(다윗)을 주를 드러내는 일에 사용하심을 고백한 것이다. 다윗 자신이 진정한 왕이 아니라 자신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가 왕이 되셔서 모든 것을 판단하실 것임을 예언한 것이다.
6절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 예루살렘은 단순히 특정 지명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전에서 시행되는 주님의 희생과 사랑을 통한 자기 백성에게 주어질 평안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것을 신약적 시각으로 말하면 십자가가 세워진 골고다 언덕으로 보면 된다. 그곳에서 예수님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에서 저주를 받으심으로 그들에게 참 평안이 제공되었다.
7절 “네 성 안에는 평강이 있고 네 궁중에는 형통이 있을지어다.” 이 구절은 6절을 반복하고 있다. 평강과 형통은 제물의 희생을 통해서만 주어진 것임을 거듭 확인케 한다.
8절 “내가 내 형제와 붕우를 위하여 이제 말하리니 네 가운데 평강이 있을지어다.” 이 구절도 6절의 연장이다. 형제, 친구 모두에게 평강이 주어진다고 했는데, 이는 성전에서 시행되는 제물의 희생으로만 이스라엘에게 참 평강이 온다는 것이다.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아버지)과 이스라엘(아들)이 원수 관계에 놓여 있었지만, 하나님이 마련하신 제물(아들 예수)을 통해 원수 관계가 화목으로 바뀌어(말4:6) 아버지와 아들 관계로 정상적으로 회복된 것을 ‘평강’이라고 한다.
9절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집을 위하여 내가 네 복을 구하리로다.” 여기서는 성전을 위해 네 복을 구한다고 했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의식을 뒤집는 놀라운 반전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복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인은 반대로 말하고 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 성도에게 복이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복을 받았다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높이고 찬양하기 위해 저주가 합당한 죄인에게 복이 임했다는 것이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 지음받은 이스라엘은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용서받게 된다는 점을 말씀한 것이다.
인간 구원을 위한 하나님은 없다.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구원받을 백성을 십자가를 통해 창조하신 하나님이 참 하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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