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히브리어 알파벳 열여섯 번째인 아인( ע )으로 시작되며, 하나님이 언약하신 대로 속히 성취되기를 갈망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121절에 “내가 공과 의를 행하였사오니 나를 압박자에게 붙이지 마옵소서.”라고 했는데, ‘공과 의’는 하나님의 성품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율법에 따라 성실히 살아가는 성도의 삶을 표현한 것으로, 장차 오실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예수님이 공의를 따라 사셨지만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나를 압박자에게 붙이지 마옵소서.’ 이 문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운명하시기 직전 외치신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마27:46.”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서 성도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한다는 이유로 악한 무리들에게 시달리고 핍박받게 된다. 하지만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이며, 이 길만이 생명으로 인도하기 때문(마7:14)이다.
122절(주의 종을 보증하사 복을 얻게 하시고 교만한 자가 나를 압박하지 못하게 하소서)은 앞 절의 박복, 심화한 말씀이다. ‘주의 종을 보증하사 복을 얻게 하시고’ 이 부분은 ‘내가 공과 의를 행하였사오니’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며, ‘교만한 자가 나를 압박하지 못하게 하소서’는 ‘나를 압박자에게 붙이지 마옵소서’와 같은 말이다.
그런데 ‘보증’이란 단어는 자신이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 아닌 믿을 만한 분이 인정하는 경우다. 신약에서 성도를 보증하시는 분은 성령(고후5:5)이다. 그뿐 아니라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는 분(롬8:26)’이기도 하다. 그러니 ‘주의 종을 보증해 달라’는 요청은 언약에 근거한 기도다.
123절에는 “내 눈이 주의 구원과 주의 의로운 말씀을 사모하기에 피곤하니이다.”라고 했다. 평상시 우리가 피곤하다고 할 때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은 ‘일에 지쳐서’ 학생인 경우는 ‘공부에 지쳐서’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시인은 ‘주의 구원과 주의 말씀을 사모하기에 피곤하다’고 했다.
구원을 갈망하고 주의 말씀을 사모하는 일에 지쳐 있다는 것인데, 얼마나 사모했기에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것은 인간이 무엇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왔다기보다는 반대로 주의 말씀이 자기 백성을 강권하여 이끌기에 이런 형편에 처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124절 “주의 인자하신 대로 주의 종에게 행하사 주의 율례로 내게 가르치소서.” 이 구절도 보통 사람들의 마음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사람의 경우에는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되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시인은 ‘주의 인자하신 대로 주의 종에게 행하사’라고 했다. 철저히 주의 언약에 따라 살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주의 율례로 내게 가르치소서’ 이 구절 역시 말씀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기 싫어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갈망하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것이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하지만 시인은 온전히 주의 말씀에 묶이기를 소망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만 움직이고 말씀대로 성취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영광 받으신다. 아울러 피조물도 말씀 성취 안에서만 참 평안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잠시도, 조금이라도 말씀에서 벗어나는 것은 원치 않는다.
125절에 “나는 주의 종이오니 깨닫게 하사 주의 증거를 알게 하소서.”라고 했다. 여기서는 ‘나는 주의 종’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종은 주인의 소유이며 주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하기에 ‘주의 증거를 알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고 있다.
‘주의 증거’는 주님의 뜻이다. 주인이 원하는 바를 아는 것은 종의 기본자세다. 주인의 마음을 모른 채 성실과 성심을 다한다고 주인이 기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26절 “저희가 주의 법을 폐하였사오니 지금은 여호와의 일하실 때니이다.” 여기서는 이 세상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있다. ‘주의 법을 무시하고 짓밟는 무리’를 보면서 성도는 화가 치밀어오른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그래서 여호와 하나님의 개입을 호소한다.
‘지금은 여호와의 일하실 때’라는 표현은 ‘말씀을 폐하는 저희’를 그냥 버려두지 마시고, 속히 심판해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127절 “그러므로 내가 주의 계명을 금 곧 정금보다 더 사랑하나이다.” 이 구절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주의 계명’과 ‘정금’을 비교해서 ‘주의 계명’을 더 사랑하는 것(비교 우위)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절은 비교 우위를 말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 우위를 말한 것으로,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상의 가치를 지닌 ‘주의 계명’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 것이다.
128절 “그러므로 내가 범사에 주의 법도를 바르게 여기고 모든 거짓 행위를 미워하나이다.” 여기서는 참과 거짓을 대비시키면서 참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주의 법도를 바르게 여기는 자’는 주의 법도 외에 모든 것을 거짓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단순한 이치이지만 인간은 이 단순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며 계속 새로운 것을 모색한다. 그러나 ‘주의 법도’ 외에는 다 거짓이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14:6)”이라고. 그렇다면 예수님 외에는 길도 진리도 없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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