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히브리어 알파벳 열네 번째인 눈(נ)으로 시작되며, 주의 말씀을 열렬히 사모하는 시인의 마음과 말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97절에 “내가 주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묵상하나이다.”라고 한다. 사랑의 대상이 다른 것이 아니라 ‘주의 법’이란 점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 혹시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권력, 명예, 지위를 사랑해서 그것을 얻거나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먹는 것, 보는 것, 즐기는 것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돈과 시간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시인은 어찌 된 연고인지 ‘주의 법’을 사랑해서 종일 묵상한다고 하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98절에 “주의 계명이 항상 나와 함께 하므로 그것이 나로 원수보다 지혜롭게 하나이다.”라고 했다. 이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수’라는 개념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보통 원수라고 하면 ‘원한이 맺힐 정도로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지칭한다. 그런데 시인이 원수라고 규정한 대상은 주의 말씀을 왜곡하는 세력을 말한다.
말씀(주의 계명)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자에게 원수는 말씀과 멀어지게 하는 것, 말씀을 가리거나 왜곡하는 자다. 이런 관점에서 ‘주의 계명이 나로 원수보다 지혜롭게 한다’는 것은, 주의 계명을 왜곡하는 악한 세력이 나를 넘어지게 하려고 다가와도 나는 그 원수를 이길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시인의 지혜와 능력이 아닌 말씀(주의 계명) 자체의 능력임을 고백한 것이다.
99-100절에 “내가 주의 증거를 묵상하므로 나의 명철함이 나의 모든 스승보다 승하며 주의 법도를 지키므로 나의 명철함이 노인보다 승하니이다.”라고 했다.
98절은 원수보다 지혜롭다, 99절은 스승보다 승하다, 100절은 노인보다 승하다고 한다. 세 구절이 똑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주의 계명, 주의 증거, 주의 법도 안에 있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와 싸울 때 반드시 승리자가 되기를 원한다. 원수를 이기고, 스승(많은 지식을 가진 자)을 넘어서고, 노인(많은 경험을 가진 자)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무기를 지녔다 한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도구가 된다면 무의미한 일이다. 세상은 주의 말씀대로 시작되었고, 말씀대로 움직일 뿐이다. 그런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것을 바라는 자체가 말씀의 원수이다.
어떤 상황이든 주의 말씀대로 이뤄진다. 이것을 시인은 98, 99, 100절에서 고백한 것이다.
101-102절 “내가 주의 말씀을 지키려고 발을 금하여 모든 악한 길로 가지 아니하였사오며 주께서 나를 가르치셨으므로 내가 주의 규례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나이다.”
여기서도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주의 말씀을 지키려고’와 ‘주께서 나를 가르치셨으므로’는 같은 의미다. 그리고 ‘발을 금하여 악한 길로 가지 아니함’과 ‘주의 규례에서 떠나지 아니함’이 같은 말이다.
발을 금하여 악한 길로 가지 아니하고, 주의 규례에서 떠나지 아니하는 것이 인간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주께서 말씀으로 이끌어 주실 때 이런 결과가 생긴다.
성경에서는 항상 말씀이 주체적으로 인간을 끌고 간다는 점을 알려주는데, 사단은 거꾸로 인간이 주체가 되어 말씀을 이루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말씀의 원수이며, 성도의 원수다. 원수를 이기는 힘은 말씀에 있고, 말씀에 붙들려 있는 때 자연스럽게 원수는 패배자가 된다.
103절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하니이다.” 이 구절은 97절을 생각나게 한다. 주의 법을 사랑해서 항상 묵상하는 것과 주의 말씀이 꿀보다 더 달다는 고백은 맥을 같이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말씀에 의해 펼쳐진 것들이고, 이것들이 어떤 형태로 변하고 바뀌던 그것 역시 말씀에 순복한 결과이다. 이것을 깨닫게 된 시인은 주의 말씀이 꿀보다 더 달다고 한 것이다.
104절 “주의 법도로 인하여 내가 명철케 되었으므로 모든 거짓 행위를 미워하나이다.”라는 것은 아주 적절한 결론이다.
명철, 지혜는 남과 비교해서 우위에 있을 때 생기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들끼리의 우열 경쟁은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명철케 되었다’는 것은 그 원인이 ‘주의 법도로 인하여’라고 했듯이, 주의 말씀에 붙들려 있을 때 그 자체가 명철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자는 당연히 ‘거짓 행위’ 즉 말씀을 왜곡하는 것을 원수로 여기고 미워할 수밖에 없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간다(롬11:36).’ 이 주(主)는 이 땅에 오셔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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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49: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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