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히브리어 알파벳 열두 번째인 라멧(ל)으로 시작되며, 말씀의 영원성과 완전성을 찬양하고 있다.
89절에 “여호와여 주의 말씀이 영원히 하늘에 굳게 섰사오며”라고 했다. 여기서 ‘주의 말씀’의 두 가지 특성을 거론했는데, 첫째는 ‘영원함’이고 둘째는 ‘하늘에 굳게 섬(요지부동)’이다.
주의 말씀이 하늘에 굳게 섰다는 것은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말씀의 권세 아래 놓여 있다는 말이고, 이렇게 될 때 인간을 비롯한 모든 피조물은 말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말씀이 인도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늘에 굳게 서 있는 주의 말씀을 보며 사는 자는 세상의 어떤 풍파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일이 하늘에 굳게 서 있는 주의 말씀을 성취하기 위해 벌어진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90절에 “주의 성실하심은 대대에 이르나이다 주께서 땅을 세우셨으므로 땅이 항상 있사오니”라고 했다. 이 구절을 앞 절과 비교하면 앞에서는 주의 말씀의 영원함을 거론했다면 뒤에는 주가 영원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주가 땅을 세우셨기에 땅이 ‘항상(영원히) 있다’고 했으며, 이것을 ‘주의 성실하심’이라 했고, 이것이 ‘대대에(영원히) 이른다’고 했다. 변치 않으시는 주님을 찬송하고 있다. 두 절을 종합해 보면, 주님(또는 주의 말씀)이 하늘과 땅에 굳게 서 계시고, 영원히 변치 않으신다는 것이다.
91절에 “천지가 주의 규례대로 오늘까지 있음은 만물이 주의 종이 된 연고니이다.”라고 했다. 이 구절 역시 앞의 두 구절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만물이 주의 종’이란 말은 세상 모든 것을 주님이 지으셨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천지가 주의 규례대로 오늘까지(창세 이후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자율성이 틈탈 여지가 없다. 세상 어떤 일도 나의 수고와 염려와 기대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오직 천지의 주인이신 주님의 계획(언약, 말씀)대로 이뤄질 뿐임을 천명하고 있다.
92절에 “주의 법이 나의 즐거움이 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내 고난 중에 멸망하였으리이다.” 이것은 시인의 신앙 고백이다. 주의 법(말씀)은 영원히 변치 않고 지속된다는 점을 깨달았기에(즐거웠고) 나에게 고난이 찾아와도 낙담하지 않게 되었다(말씀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93절에 “내가 주의 법도를 영원히 잊지 아니하오니 주께서 이것들로 나를 살게 하심이니이다.”라고 했다. 달리 표현하면, 주의 법도(말씀)가 나를 살리심으로 나는 영원히 주의 말씀을 잊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씀에 이끌려 살아가는 성도는 ‘하나님의 말씀이 살았고 운동력이 있음(히4:12)’을 안다. 그래서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이 빛(시119:105)’이라는 고백을 서슴지 않는다.
94절에 “나는 주의 것이오니 나를 구원하소서 내가 주의 법도를 찾았나이다.”라고 했다. 앞에서 ‘만물이 주의 종(91절)’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나는 주의 것’이라고 했다.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종만 주인을 기쁘게 할 수 있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43:21).”는 말씀을 보면 주인과 종의 관계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주인(목자)과 종(양)은 언약으로 묶여 있다. 그러니 ‘주의 법(내가 주의 법도를 찾았나이다)’에 근거해서 ‘나를 구원하소서’라는 기도가 가능한 것이다.
95절에 “악인이 나를 멸하려고 엿보오나 나는 주의 증거를 생각하겠나이다.”라고 했다. 이 또한 말씀에 따라 펼쳐지는 일이다. ‘악인이 나를 멸하려고 엿보는’ 행위는 이미 예언된 일이다. 그러기에 ‘나는 주의 증거를 생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주의 말씀(증거)에 의하면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터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세상에서 나의 택함을 입은 자인 고로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요15:18-19).”라고 했다.
96절 “내가 보니 모든 완전한 것이 다 끝이 있어도 주의 계명은 심히 넓으니이다.”라는 구절은 89절(주의 말씀이 영원히 하늘에 굳게 섰사오며)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그 의미가 더욱 또렷해진다.
‘모든 완전한 것이 다 끝이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 ‘완전한 것’은 완전하게 보일 뿐 진짜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였고, 완벽하게 여겨진 것이라도 결국은 끝이 있다는 말이다. 해와 달을 보면 빈틈이 없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기에 영원할 것(완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도 끝이 있다.
“이제 하늘과 땅은 그 동일한 말씀으로 불사르기 위하여 간수하신 바 되어 경건치 아니한 사람들의 심판과 멸망의 날까지 보존하여 두신 것이니라(벧후3:7).”
끝이 있는 것(땅의 것)과 영원한 것(주의 계명)을 대비시키면서, ‘주의 계명은 심히 넓다’고 했는데, 이것은 끝이 없음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주여, 태초에 주께서 땅의 기초를 두셨으며 하늘도 주의 손으로 지으신 바라 그것들은 멸망할 것이나 오직 주는 영존할 것이요 --(히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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