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전체의 내용이 언약에 근거한 하나님을 향한 찬송과 기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문 역시 이런 관점에서 기록된 말씀이다.
7절에서 “하나님이 그 거룩하심으로 말씀하시되 내가 뛰놀리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거룩하심으로”는 ‘거짓 없는 진실로’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이것 역시 언약하신 바를 틀림없이 이루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뛰놀리라” 즉 ‘기쁨으로 찬송하리라’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세겜을 나누며 숙곳 골짜기를 측량하리라 길르앗이 내 것이요(7-8절)”라고 했는데, 이것은 하나님이 가나안에 있는 대표적인 지명(세겜, 숙곳, 길르앗)을 거론하시면서, 자기 백성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을 되새기며 시인이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왔지만 자신의 땅에 이방인들이 여기저기 거주하고 있어서 그들을 완전히 쫓아내지 못한 처지로 보여진다. 그래서 옛날 가나안 땅을 너희들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신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기로 맹세한 땅으로 너희를 인도하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어 기업을 삼게 하리라 나는 여호와로라(출6:8).”] 말씀을 떠올리며 기도하고 있다.
8절에 “므낫세도 내 것이며 에브라임은 내 머리의 보호자요 유다는 나의 홀이며”라는 말씀은, 앞의 구절이 가나안 지명을 거론한 것이라면 여기서는 이스라엘 지파(므낫세, 에브라임, 유다)를 거론하셨다.
그리고 9절[“모압은 내 목욕통이라 에돔에는 내 신을 던질지며 블레셋 위에서 내가 외치리라 하셨도다.”]에서는 이스라엘 주변 나라를 열거하고 계신다.
다시 정리해 보자. 시인은 하나님의 약속을 떠올리며 “내가 뛰놀리라(7절)”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내용을 열거했다. 먼저 가나안 땅의 대표적인 지명 세겜, 숙곳, 길르앗을 거론하면서, ‘나누며, 측량하고, 내 것이라(주인께서 자기 백성에게 그 땅을 주시려고 측량하고 분배하시겠다는 것이다)’고 하심으로 말미암아 그곳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제공하심을 상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 지파 므낫세, 에브라임, 유다를 거론하면서 ‘내 것, 내 머리의 보호자(중심지, 요새란 의미), 나의 홀(지도자)’이라 하셨다.
그 후에는 이스라엘 주변 나라(모압, 에돔, 블레셋)를 언급하셨는데, 이들 역시 이스라엘의 속국으로 만드심을 떠올리고 있다. ‘목욕통’은 종 삼았다는 것이고, ‘신을 던지는 것’은 상대를 무시, 경멸하는 것이고, ‘위에서 외치리라’는 것은 짓밟고 그 위에 선다는 의미다.
7-9절은 언약의 하나님을 믿고 감사하는 내용이었는데, 10-11절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
“누가 나를 이끌어 견고한 성에 들이며 누가 나를 에돔에 인도할꼬(10절)?” 이 구절은 하나님의 언약을 믿고 감사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고국에 돌아왔지만 이방인들이 거주하고 있어서 그들을 쫓아낼 힘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향한 탄식을 쏟아내는 것 같다.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버리지 아니하셨나이까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 군대와 함께 나아가지 아니하시나이다(11절).”
이 구절도 하나님을 원망하는 투다. ‘우리를 버리셨잖아요? 하나님이 우리 군대와 함께하지 않았잖아요?’라고 했다.
그럼 7-9절과 10-11절은 정반대의 마음인가? 시인이 하나님을 믿었다가 금방 의심하는 혼란한 상황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인가?
이런 의문은 12-13절을 보면 풀린다. 12절에 “우리를 도와 대적을 치게 하소서 사람의 구원은 헛됨이니이다.”라고 했다. ‘사람의 구원(사람들의 도움)은 헛되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우리를 도와 대적을 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때로는 자기 백성을 버리신 것 같고, 또 대적이 침략해 와도 이스라엘 군대를 돕지 않는 것 같은 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이 변덕을 부리는 분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언약에서 떠났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점을 시인은 정확히 알고 있기에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처럼 비치는 구절(10, 11절)’이 원망이 아닌 ‘언약을 불신한 자신들의 죄악’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언약으로 돌아와 “우리를 도와 대적을 치게 하소서”라고 당당히 외치고 있고, “사람의 구원은 헛됨이니이다”라는 신앙고백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세상을 의지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히 행하리니 저는 우리의 대적을 밟으실 자심이로다(13절).” 이 마지막 고백은 언약의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을 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나의 적은 없고 하나님의 적(언약의 적)만 존재한다. 그러니 내가 싸울 일은 없고 주께서 대적을 물리치신다. 세상은 여자의 후손(예수님)과 뱀(사단)의 전쟁터다(창3:15). 성도는 그것을 알고, 이 전쟁에서 이미 승리하신 주님을 찬양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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