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에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라고 했고, 2절에 “여호와께 구속함을 받은 자는 이같이 말할지어다”라는 표현이 있기에 본 시의 제목을 굳이 붙인다면 ‘구속함을 받은 자가 여호와께 드리는 찬송’으로 하면 될 것 같다.
2~3절에 “여호와께서 대적의 손에서 저희를 구속하사 동서남북 각 지방에서부터 모으셨도다.”라고 했는데, 이것을 통해 저작 시기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4~5절을 보면 “저희가 광야 사막 길에서 방황하며 거할 성을 찾지 못하고 주리고 목마름으로 그 영혼이 속에서 피곤하였도다.”라는 내용도 포로로 끌려가는 자들의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죄악 중에 거하는 자들이 주님의 부름을 받고 구원을 얻게 되는 과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약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어떻게 구원하시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기에 본문을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들이 겪은 일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겪은 일을 무시한 채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6~7절에 “이에 저희가 그 근심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그 고통에서 건지시고 또 바른 길로 인도하사 거할 성에 이르게 하셨도다.”라는 말씀이 있다.
이것을 ‘여호와께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해 주신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식이면 ‘기도하는 자가 기도하는 행위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여 원하는 것을 받게 되었다’고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는 꼴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알려주는 책이지 인간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기록한 책이 아니다.
여호와께 부르짖는 것도 하나님이 부르짖게 하셨기에 부르짖게 되었고, 또 부르짖었기에 하나님이 응답하신 것이 아니라 주시려는 것이 있었기에 부르짖음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주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나님께 구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이다[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8:26)]. 그런 우리가 뭘 하나님께 기도해서 응답받았다고 할 수 있으랴!
8절에는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인생에게 행하신 기이한 일을 인하여 그를 찬송할지로다.”라고 했다. 이는 찬송의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보여주기 위해 인생에게 기이한 일을 행하셨다는 것이다. 이것이 뒤집히면 안 된다. 즉 우리(인생)에게 기이한 일을 행하셨기에 그분을 찬송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사야 43장 25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지 아니하리라.” 이 구절에서 밝힌 바는 ‘우리의 허물을 도말하고, 우리의 죄를 기억지 아니하신다’는 것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를 위하여’가 핵심이다. 즉 하나님은 자기를 위하여 자기 백성의 죄와 허물을 사하신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경 전체에 흐르는 맥이다.
이사야 43장 21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 이 구절에도 찬송의 목적과 대상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하나님이 자신을 찬송하게 하려고 이스라엘을 만드셨다는 것이고, 그러기에 이스라엘은 반드시 여호와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말이다.
9절에 “저가 사모하는 영혼을 만족케 하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이로다.”라고 했는데, 이 또한 ‘사모하는 영혼(또는 주린 영혼)’이 주인공이 아니라 ‘채워주시는 분’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또 주목할 것은, ‘좋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사모하는 자가 원하는 좋은 것이 아니라 채워주시는 분이 볼 때 좋은 것이다.
만약 9절에서 ‘만족케 하시며’ 또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이로다’는 말씀을 인간이 만족하는 좋은 것으로 이해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땅에 있는 것 중에 좋은 것을 생각한다. 세상에 없는 것은 알지 못하기에 좋다고 할 수도 없고, 당연히 그런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것’은 돈, 권력, 명예, 건강, 안락한 환경 등등이다.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7:11)”는 말씀이 있는데 여기에서 ‘좋은 것’은 ‘성령’이다[너희 천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시니라(눅11:13)].
여호와 하나님은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한 분이다. 우리는 그분을 찬송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목적에서 벗어난다면 감사와는 거리가 먼 삶이 될 것이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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