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시절 있었던 일(13~33절) 중 일부를 기록한 것인데, 내용을 보면 백성들이 거듭 죄악을 일삼는 중에도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신실히 시행하심을 엿볼 수 있다.
“저희가 미구에 그 행사를 잊어버리며 그 가르침을 기다리지 아니하고(13절)”라고 했는데, ‘미구에’라는 말은, ‘오래지 않아’라는 뜻이다. 좀 전에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을 맛본 자들이 금방 그 주님을 원망하고 불평했다는 것이다.
“광야에서 의심을 크게 발하며 사막에서 하나님을 시험하였도다(14절).” 이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민수기 14장 22절을 보면 “나의 영광과 애굽과 광야에서 행한 나의 이적을 보고도 이같이 열 번이나 나를 시험하고 내 목소리를 청종치 아니”했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열 번이나 하나님을 시험했다는 것은 전혀 믿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기서 굳이 열 번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애굽의 바로가 하나님의 말씀을 열 번까지 거역하다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대조시키고 있다. 애굽의 바로가 그렇게 완악한 자였는데 이스라엘 백성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15절(여호와께서 저희의 요구한 것을 주셨을지라도 그 영혼을 파리하게 하셨도다)은 백성들이 고기를 원해서 하나님이 메추라기를 1개월간 주신 사건(민11:33-35)을 거론한 것이고, 16~18절은 고라와 르우벤 자손이 당을 만들어 모세와 아론을 대적하다 겪은 일(민수기 16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 모두가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폭발한 것인데, 그들이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펼쳐지니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어 낙담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나야 할 이유를 분명히 그들에게 일러주셨다. 모세가 바로에게 한 말[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희생을 드리려 하오니 사흘 길쯤 광야로 가기를 허락하소서(출3:18).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에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광야에서 내 앞에 절기를 지킬 것이니라 하셨나이다(출5:1)]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떠나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땅으로 가야 할 이유는 하나님을 섬기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런 목적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자신들의 삶이 과거 애굽에서보다 더 풍족하고 안락하기를 기대하고 떠났는데 그렇지 못하니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19~20절에는 “저희가 호렙에서 송아지를 만들고 부어 만든 우상을 숭배하여 자기 영광을 풀 먹는 소의 형상으로 바꾸었도다.”라고 했다.
하나님을 섬기도록 그들을 애굽에서 불러냈는데, 하나님의 산에서 우상을 만들어 그것을 하나님으로 여기고 섬겼으니 천인공노할 일 아닌가? 21~22절에 “애굽에서 큰 일을 행하신 그 구원자 하나님을 저희가 잊었나니 그는 함 땅에서 기사와 홍해에서 놀랄 일을 행하신 자로다.”
이 말씀은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능력과 기사를 직접 경험하면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하나님을 버리고 자신들의 손으로 빗어 만든 송아지 형상을 하나님으로 대체하고 그것을 섬겼으니 하나님의 분노를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그런데 23절에서는 반전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저희를 멸하리라 하셨으나 그 택하신 모세가 그 결렬된 중에서 그 앞에 서서 그 노를 돌이켜 멸하시지 않게 하였도다.”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언약이다. 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 것이 율법이다. 그런데 그 심판을 중보자가 대신 받음으로 말미암아 용서되는 일이 하나님의 새언약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을 섬겨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모세가 그 심판의 자리에 들어감으로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 대한 심판을 멈추셨다.
이것은 장차 오실 하나님의 아들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대속의 죽음을 죽음으로 말미암아 자기 백성을 죄에서 사하실 일을 미리 보여주신 그림이다.
시인의 찬양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스라엘 백성들이 원망하고 불평하는 사건을 잔뜩 기록해 놓은 것 같은데 이게 왜 찬양해야 할 이유인지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그들의 범죄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언약을 이행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이 계시기에 그 조합이 찬양의 이유가 된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3:23~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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