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 인자하심을 영원히 찬양하자’고 노래하면서 서론(1~5절)이 펼쳐지고, 그 후 시기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눴는데, 전반(6~12절)에는 애굽에 있을 때, 중반(13~33절)에는 광야에서, 후반(34~48절)에는 가나안 땅에서 경험한 일들을 열거하고 있다.
이제 본문을 보자.
1절에서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라고 했다. 여기서는 감사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주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이스라엘 중심이 아니라 언약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늘 나를 중심에 두고 말씀을 이해하는 버릇이 있다. 1절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여호와께 감사할 이유는 그분의 선하심과 인자하심 때문인데, 구체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언약을 보여주신 것으로, 그 언약이 어떻게 움직여서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가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찬양하게 한다. 그러니 어떤 본문을 읽더라도 인간(나) 위주의 해석은 금물이다.
2절에서는 “뉘 능히 여호와의 능하신 사적을 전파하며 그 영예를 다 광포할꼬”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1절에서 ‘감사하라’는 외침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앞에서 ‘감사하라’고 하고, 뒤에서는 ‘누가 하나님의 크신 능력을 제대로 알고 전파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여호와의 능력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알 수 없으니 찬양할 수도 없다.’는 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3절에서 “공의를 지키는 자들과 항상 공의를 행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라고 했는데, 이 구절 또한 오해하기 딱 좋은 말씀이다. ‘공의를 지키는 자, 항상 공의를 행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했으니, 어떻게 하든 공의를 행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공의 앞에 죄인임이 드러날 뿐 공의를 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가? 이는 하나님이 자신의 권능으로 행하셔서 자기 백성에게 그 공로를 돌릴 때 성취된다.
5절에 “주의 나라의 기쁨으로 즐거워하게 하시며 주의 기업과 함께 자랑하게 하소서.”라고 했는데, 여기서 ‘주의 나라, 주의 기업’으로 기뻐하고 자랑하게 해달라는 호소가 눈길을 끈다.
즐거워하고 자랑할 일이 나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자. 사람들이 살면서 기뻐하고 자랑할 때는 반드시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5절에서는 나와 전혀 무관한 일로 기뻐하고 자랑한다. ‘주의 나라, 주의 기업’은 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으로 인해 기뻐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시인의 찬송을 놀랍고 희한하다고 할 수 있다. 성도의 찬양은 주(언약의 하나님)로 말미암음이다. 그러나 이 주는 나를 위한 주가 아니라 당신의 영광을 위한 주다.
6~12절은 애굽에서 벌어진 주의 기사와 능력을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계속 주님의 은혜를 배반하고 악을 일삼았는데 주님은 자기 이름을 위하여 저들을 구원하셨다는 것이다.
이 구절에서는 이스라엘의 완악함과 주님의 독특한 구원 솜씨를 대비시키고 있다. 먼저 이스라엘의 완악함부터 살펴보면 “우리가 열조와 함께 범죄하여 사특을 행하며 악을 지었나이다(6절).” “우리 열조가 애굽에서 주의 기사를 깨닫지 못하며 주의 많은 인자를 기억지 아니하고 바다 곧 홍해에서 거역하였나이다(7절).”
이제 주님의 일하심을 보자. “그러나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위하여 저희를 구원하셨으니 그 큰 권능을 알게 하려 하심이로다(8절).” “이에 홍해를 꾸짖으시니 곧 마르매 저희를 인도하여 바다 지나기를 광야를 지남 같게 하사 저희를 그 미워하는 자의 손에서 구원하시며 그 원수의 손에서 구속하셨고 저희 대적은 물이 덮으매 하나도 남지 아니하였도다(9~11절).”
왜 은혜와 사랑을 외면하고 죄악의 길로 가는 이스라엘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구원하시는 것일까? 그 답은 ‘이스라엘을 위하여’가 아니라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위하여’ 저희를 구원하셨다는 것이다.
이제 정리해보자. 하나님을 찬양해야 할 이유는 그분의 신실하신 약속 이행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대적하고 외면하고 거역하는 일을 반복하고, 그럼에도 주님은 당신이 약속하신 일을 이루시기 위해(또한 자기 이름을 위해)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보이신다.
12절에는 “이에 저희가 그 말씀을 믿고 그 찬송을 불렀도다.”라고 했다. 여기서 ‘저희가 그 말씀을 믿고’라고 했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게 되는 것(믿음)이 선물로 주어졌다는 것이고, 그래서 ‘찬송을 불렀다’고 한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찬송할 수 있는 자는 주님으로부터 믿음을 선물로 받은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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