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이 시의 종결 부분으로 영원하신 하나님과 없어질 피조 세계를 비교하면서 다시금 하나님의 언약을 되새기고 있다.
“저가 내 힘을 중도에 쇠약케 하시며 내 날을 단촉케 하셨도다(24절).” 이 구절은 마치 개인(내 힘, 내 날)이 당하는 일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현재 처한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언약에 불순종한 백성을 하나님이 가나안 땅에서 쫓아내신 것을 말한다.
24절에 “나의 말이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중년에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 주의 연대는 대대에 무궁하니이다(24절).”라고 했는데, 이는 영원하신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는 시인이 바벨론에 사는 것으로 이스라엘의 운명이 끝나지 말게 해 달라고 간구하는 것이다.
이 구절도 개인적인 일(나의 중년,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처럼 말하고 있지만 개인이 아닌 국가 이스라엘을 말한 것이다.
25~27절은, 세상 만물을 계획하시고 지으신 주님이 당신의 뜻대로 천지를 소멸시킬 때가 오겠지만 당신은 영원히 변치 않는 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께서 옛적에 땅의 기초를 두셨사오며 하늘도 주의 손으로 지으신바니이다(25절).”라고 함으로, 세상 모든 일이 당신의 계획하신 대로 되었으니, 이스라엘의 회복 역시 당신의 약속대로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천지는 없어지려니와 주는 영존하시겠고 그것들은 다 옷 같이 낡으리니 의복 같이 바꾸시면 바뀌려니와 주는 여상하시고 주의 연대는 무궁하리이다(26-27절).”
여기서는 없어질 것과 지속될 것을 대비시키면서, 당신의 약속하신 바는 당신과 함께 영원할 것임을 말한다. 천지는 없어진다. 이스라엘도 없어진다. 하지만 주님은 영원하시고, 그 언약하신 바는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인은 변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는 것에 마음이 빼앗겨 있다. 즉 여호와 하나님은 영존하시는 분이며, 그분의 언약은 여상하고(항상 같고), 영원무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의 종들의 자손이 항상 있고 그 후손이 주의 앞에 굳게 서리이다 하였도다(28절).” 이 마지막 절은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의 핵심 부분이다.
주님이 영원하신 것처럼 주의 자손들도 주 앞에 영원히 굳게 선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님의 약속이다.
이제 시인이 주님께 기도하는 이유가 분명히 밝혀졌다. 우리는 기도라고 하면 나의 필요를 아뢰는 것으로, 그것을 통해 나의 소망을 이루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본 시를 보면 나의 소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른 소망이고, 이 소망의 성취는 나의 유익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언약 성취)으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기도가 찬송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영원히 찬양받아야 할 여호와 하나님은 만물을 당신이 영광 받기 위해 지으셨고, 모든 피조물은 언약에 따라 움직이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는 주님을 찬송하는 모습이다.
본문에 나타난 시인의 기도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본인과 가족, 그리고 내 나라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고생하고 힘들게 살기에 그 고역이 하루속히 끝나고 내 나라로 귀국해서 평안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이다.’라고.
만약 이런 관점이라면 전혀 시인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이다. 표현은 마치 개인이 자신의 입장을 토로하는 것처럼 되어 있으나 개인이 아닌 이스라엘이고, 또 나의 유익이 아닌 하나님의 언약에 근거한 간구가 펼쳐졌다.
하나님은 언약하신 분이고, 그 언약대로 만사를 이루시는 분이다. 만약 언약을 믿지 못한다면 결코 이런 기도를 드릴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시인의 기도는 개인의 유익을 구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기를 갈망하며 기도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언약하신 것이 반드시 이뤄질 것임을.
천지(피조물)는 없어진다. 하지만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 하나님은 영존하신다. 천지의 없어짐은 옷이 낡아 갈아입어야 하는 것과 같다. ‘주의 종들의 자손이 주의 앞에 굳게 서리라’는 것은 하나님의 언약을 믿는 성도의 신앙고백이다.
나는 없어질 것이지만 주님의 백성은 당신의 피로 정결케 하시고 임마누엘 하실 것을 약속하셨기에 그들은 영원히 주 앞에서 찬양할 자로 존재할 것이다. 영존하실 주님과 그분을 영원히 찬양할 주의 백성이 함께 있을 때 주님은 영원히 경배받기에 합당하신 분으로 드러난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43:21).” 이것이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들려주신 주님의 말씀이다.
주님을 찬송하도록 창조된 백성은 창조주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영원히 찬송하게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주님이 행하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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