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위하여 일어나서 행악자를 칠꼬(16절)?” 이 구절은 1절(보수하시는 하나님이여 빛을 비취소서)과 유사한데, 여호와 하나님을 재판장으로 여겨 행악자를 심판해 달라는 호소다.
세상에는 언약을 외면하고(하나님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욕망에 끌려(사단에 사로잡혀) 마구 횡포를 일삼는 무리가 있고, 이들로 인해 억울하게 고난받는 성도가 있기에 이런 불합리한 일이 지속되지 않게 하나님이 개입해 주실 것을 기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곧바로 “여호와께서 내게 도움이 되지 아니하셨더면 내 혼이 벌써 적막 중에 처하였으리로다(17절).”라고 함으로, 여호와께서 이미 시인의 기도에 응답하셨음을 고백하고 있다.
따라서 16절의 기도는 응답해 주실 것을 믿고 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시편의 기도는 언약에 근거한 것이기에 응답받을 수밖에 없는 기도다.
다시 17절을 보면, 성도가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 전제되고, 또 그런 상황에서 여호와께서 도와주셔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8~19절도 17절과 같은 맥락에서 감사의 찬송이 이어지고 있다. “여호와여 나의 발이 미끄러진다 말할 때에 주의 인자하심이 나를 붙드셨사오며, 내 속에 생각이 많을 때에 주의 위안이 내 영혼을 즐겁게 하시나이다.”
위 구절에서 ‘발이 미끄러질 때’나 ‘생각이 많을 때(갈피를 못 잡을 때)’란 표현은 위기 상황을 맞아 스스로의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말이고, ‘주의 인자하심이 나를 붙드셨다’ 또 ‘주의 위안이 내 영혼을 즐겁게 하신다’는 말은, 여호와께서 지켜주셔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평안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호와 하나님이 내 어려움과 고통을 해결해 주시는 분, 또는 내가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하시는 분으로 여겨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여호와는 언약의 하나님이다. 자신이 약속하신 말씀을 성취하시는 분이란 말이다. 이런 바탕에서(언약에 근거해서) 시인은 하나님께 기도했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셨다. 만약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는다면 반응하지 않으신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
사단은 우는 사자처럼 삼킬 자를 두루 찾아다닌다(벧전5:8). 성도는 이 사실을 절감하며 살기에 이보다 더 생생한 현실은 없다. 그래서 늘 주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
“율례를 빙자하고 잔해를 도모하는 악한 재판장이 어찌 주와 교제하리이까(20절)?” 이 구절에서 거론한 재판장은 세상 권세를 가진 자로 여호와 하나님(재판장)을 대적하는 세력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주와 교제(하나님과 뜻을 같이함)’는 불가능하다.
이들은 ‘율례(율법과 규례)를 빙자하여 잔해를 도모’하니 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마태복음 4장(1~11절)에서 예수님이 사단에게 시험을 받으실 때를 살펴보라. 사단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론하며 예수님을 넘어뜨리려 했다. 이것이 율례를 빙자하여 잔해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성경 말씀과 무관하거나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자들은 쉽게 거짓임을 분별할 수 있다. 하지만 양의 탈을 쓴 이리처럼 주의 말씀을 거론하며 다가오는 사단의 전략은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성도는 주를 의지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21절(저희가 모여 의인의 영혼을 치려 하며 무죄자를 정죄하여 피를 흘리려 하나)도 사단의 일을 거론한 것이다.
‘의인의 영혼을 치려 하고, 무죄자를 정죄하여 피를 흘리려 하는 짓’은 사단이 기계적으로 하는 만행인데, 이들의 최종 목적은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 그리스도 복음의 광채를 가리는 일(고후4:4)’이다. 그러기에 성도는 어떤 경우에도 십자가 복음, 예수님이 이루신 언약을 가리는 것을 용납해서는 아니 된다.
22절(여호와는 나의 산성이시오 나의 하나님은 나의 피할 반석이시라)은 21절(사단이 활개 치는 상황)을 무력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말씀이다.
사단은 세상 권력자를 앞세워 성도를 핍박하고 십자가 복음을 외면하도록 온갖 공작을 펼친다. 이런 상황에서 성도는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연약하여 넘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여호와 하나님이 성도에게 산성이 되시고 피할 반석이 되시기에 염려할 것은 없다.
악한 세력이 아무리 설쳐도 하나님이 저희의 악을 끊으신다. “저희 죄악을 저희에게 돌리시며 저희의 악을 인하여 저희를 끊으시리니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 저희를 끊으시리로다(23절).”
그러니 언약 백성인 성도는 주님의 약속만 믿고 나아갈 뿐이다. 나의 의지와 노력을 믿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약속과 능력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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