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악인을 심판해 달라’고 여호와 하나님께 호소하고 있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언약)을 믿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성도가 세상 속에서 당하는 고난과 아픔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명(부르짖음)이다.
1절을 보면 하나님을 세 번이나 부르고 있는데, 처음에는 ‘여호와’라고 했지만 두 번째는 ‘보수하시는 하나님’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세 번째도 같은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하나님께 ‘전능하신’ 또는 ‘은혜로우신’ 이런 수식어는 많지만 ‘보수(보복)하시는’ 이런 표현은 흔치 않다.
여하간 시인은 ‘보수하시는 하나님’을 부르고 있고, 그분께 ‘빛을 비취소서’라고 함으로 더 이상 악인의 악행이 지속되지 않고 멈출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이런 마음은, 악인이 활개치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습에 역겹고 화가 치밀어 오름을 엿볼 수 있다.
2절에는 “세계를 판단하시는 주여, 일어나사 교만한 자에게 상당한 형벌을 주소서”라고 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을 재판장으로 보고, 악인의 행위에 대해 합당한 형벌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한다.
불꽃 같은 눈으로 온 세상을 감찰하시는 하나님 앞에 자기 행위를 숨길 방법은 없다. 그러니 재판장에게 ‘상당한(알맞은) 형벌을 주소서’라는 표현이 범죄자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세상에서는 자신의 허물과 죄를 숨기거나 왜곡할 수 있지만 여호와 하나님이 재판장이 된 법정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의 범행을 감출 수 없어 행한 대로 처벌받는다.
이것은 성도가 “그 불법을 사하심을 받고 그 죄를 가리우심을 받는(롬4:7)” 것과는 극단적 대비를 보여준다. 한쪽은 행한 대로 심판, 다른 쪽은 “주께서 그 죄를 인정치 아니하실 사람(롬4:8)”으로 나눠지는 것이다.
3절에서는 “악인이 언제까지 개가를 부르리이까?”라고 반문했는데, 이는 세상은 하나님이 언약하신 대로 반드시 실행된다는 것을 확신하는 자의 발언이다. 그러니까 현재는 악인이 승리자인 것처럼 큰소리치고 의기양양하지만 결국은 저주받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
악인은 언약을 믿지 않기에 주저함 없이 함부로 교만한 말을 지껄이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과 행위에 대해 긍지도 대단하다(4절). 하지만 이들의 몸짓은 주의 백성을 파쇄하고, 주의 기업을 곤고케 하며(5절), 과부와 나그네와 고아를 살해하는 짓이다(6절).
이런 시각은 언약적 관점에서만 볼 수 있기에 악인은 절대 수긍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만행을 저지르면서도 언약의 하나님을 조롱한다. “여호와가 보지 못하며 야곱의 하나님이 생각지 못하리라(7절)”고.
그러나 죄인이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판장이 그를 죄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없다. 악행을 일삼고도 승승장구하니 ‘악인은 심판을 받는다’는 여호와의 말씀을 비웃으며 ‘여호와는 보지 못하며 생각지도 못한다’고 조롱하는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이들의 생각과 말이 긍정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기기에 자신을 돌이킬 이유도 없다. 이것이 멸망할 자의 심정이다. 자신이 가는 길이 탄탄대로이며 아무 거칠 것이 없고, 많은 이들이 동행하며 주위의 다수가 그 걸음을 부러워하고 칭찬하고 있으니 그 길의 끝은 무한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 참과 거짓을 나누는 기준은 하나님의 언약뿐이다. 언약하신 대로 이끌려 사는 자는 긍휼과 사랑을 입은 자며, 언약 없는 대로 걸어가는 자는 주의 긍휼과 사랑에서 제외된 자다.
악인의 형통함을 부러워하는 자는 생명이 없는 길을 걷고 있는 자다. 그러나 반언약적 행위를 일삼는 자들에게 ‘악인이 언제까지 개가를 부를 수 있겠냐?’고 그들을 불쌍한 눈으로 보는 자들은 언약의 백성이다.
시인은 언약의 하나님을 믿고 기도한다. ‘보복하시는 하나님’, ‘심판하시는 주’ 개념이 언약에 근거한 것임을 잊지 말라. 언약의 하나님이 무엇을 언약하셨는지에 주목하지 않고 인간의 판단과 지혜로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 것은 마귀 짓이다.
본문에서 악인은 개가를 부르고, 교만히 말하고, 죄악을 행하면서 자긍한다. 어느 정도까지인가 하면,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분, 생각지 못하는 분’으로 단정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을 때 세상의 반응은 참으로 놀라웠다. 요한은 이 상황을 요한복음 1장 4절에서 설명하고 있다. “빛(예수님)이 어두움(세상)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하더라.”
예수님이 세상의 빛(생명)으로 오셨지만 세상은 그 빛을 알아보지도 못했고, 오히려 불필요하게 여겨 그 빛을 끄고 말았다(죽였다). 이런 안목으로 성공, 만족, 행복을 얻어 평안하다고 기뻐한들 과연 그게 참된 평안일까?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요14:27).”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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