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편은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1~8절은 저자의 관점에서, 9~13절은 타인(성도)의 관점에서, 14~16절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을 한데 모아놓은 이유는 저자의 주장이 혼자만의 일방적 생각이 아니란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구약 율법에 따르면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둘 이상의 증인이 있을 때 그 말을 확정하라(민35:30, 신19:15)’고 했다. 이것은 신약 시대에 바리새인이 예수님께 시비를 건 내용이기도 하다(요8:13~18 참조).
9절은 “네가 말하기를” 이렇게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주장을 서술하고 있다.
“여호와는 나의 피난처시라 하고 지존자로 거처를 삼았으므로 화가 네게 미치지 못하며 재앙이 네 장막에 가까이 오지 못하리니 저가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네 모든 길에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9~11절).”고 했다.
이것은 저자가 ‘여호와는 나의 피난처이며 요새이기에 극한 환경에서도 건지실 것이라 두려워 아니한다(2~6절)’는 말과 같은 내용이다.
지존자(하나님)의 은밀한 곳(피난처, 요새)에 거하는 자는 외부의 어떤 환경에 닥쳐와도 조금도 염려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없음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성도는 나약하다. 하지만 그를 지키고 계시는 여호와는 절대 나약하지 않다. 양에게 목자가 없다면 그는 혼자의 힘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목자가 보살피는 양은 아무 염려 없다. 목자가 푸른 초장, 쉴 물가로 인도하시기 때문이다. 양이 비록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목자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지키기 때문이다(시23편).
이제 하나님의 시각에서 보자. “저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저를 건지리라 저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저를 높이리라 저가 내게 간구하리니 내가 응답하리라 저희 환란 때에 내가 저와 함께하여 저를 건지고 영화롭게 하리라(14~15절).”
‘나(주)를 사랑하는(혹은 내가 사랑하는) 자를 위험에서 건지고, 저를 높이며 영화롭게 하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저자와 성도의 믿음을 헛것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신다는 말씀이다.
본 시에서 저자, 다른 성도, 여호와 하나님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하나님과 성도 사이는 그 누구도 침입할 수 없으며, 외부의 환경이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건지리라. 높이리라. 응답하리라. 영화롭게 하리라.’ 이런 말은 성도가 신앙고백으로 할 수 있지만 그보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심으로 더욱 확실하고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죄인을 덮으시고 용서하실 권한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기에 용서하실 분이 건지겠다는 말씀은 확실한 약속이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53:6).”
이 말씀에서 ‘그’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에 의해 이 땅에 오셨고(요6:38~39),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마1:21) 십자가에서 죽으셨다(요19:30).
이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은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하신 것이며 부활은 그들의 죄를 사하셨다는 확정이다(롬4:25).
‘지존자로 거처를 삼는 자’는 ‘예수님 피로 씻음 받은 자’다. 이런 자가 무엇을 두려워하랴! 사단이 어떤 것으로 참소한다 해도 겉으로 보이는 것은 예수님의 피뿐인데.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이 언약궤 안에 들어가서 보이지 않듯이, 그리고 날마다 언약궤 밖에서 제물의 피가 뿌려져 죄악을 덮고 있듯이 성도는 이런 상태에 놓인 자다.
“피 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히9:22).”고 하셨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히10:10).”고 선언하셨다. 이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언약은 성취되어 완성되었다. 이것이 ‘다 이루심’이다.
그런데 마귀는 아직도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것으로 유혹의 속삭임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남았다면 하나님과 예수님의 언약에 우리가 개입하는 꼴이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예수)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다(사53:5).’ 이것을 신약 성경에서는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셨다(요일1:7).”고 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요6: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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