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이스라엘의 목자’로 표현하는 것은 시편에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나 ‘그룹 사이에 좌정하신 분’(1절)이란 표현은 좀 생소하다. 그러기에 이 구절부터 생각해 보면서 오늘 말씀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룹 사이에 좌정하신 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막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성막의 맨 안쪽에 지성소가 있고 이 지성소 중앙에 언약궤가 놓여 있는데, 이 언약궤를 보좌하고 있는 것이 그룹이다. 그러니까 그룹 사이에 좌정하신 이란 말씀은 언약궤에 머물러 계신 하나님을 가리킨다.
그러면 시인은 하나님을 왜 이런 하나님으로 서술하고 있는가? 하나님을 일컬어 ‘엄위하신 분, 전능하신 분, 사랑이 충만한 분 등등 많은 표현이 있지만 그룹 사이에 좌정하신 분으로 굳이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언약궤는 이스라엘 백성의 죄와 허물이 들어 있는 상자인데, 그 상자를 속죄소라는 뚜껑으로 닫아 놓았다. 그리고 이 속죄소는 어린양의 피가 뿌려져 그 피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더러운 죄가 씻음 받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시인은 하나님을 자기 백성의 죄와 허물을 사하기 위해 자기 피를 흘리시는 그런 분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하나님을 잘 표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그림에는 그분의 자기 백성을 향한 극진한 사랑이 들어 있고, 또 그 사랑의 방법이 자기희생이란 점도 새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얼마나 완악한 자들인가 하는 점도 적나라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2절에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소서” 3절에 “우리로 구원을 얻게 하소서”하고 기도하고 있는데, 사실 ‘구원’이란 단어는 그렇게 쉽게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굉장히 어렵고 힘든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구원을 잘못 생각하면, 구원 못 얻어도 상관없지만 구원 되면 행운을 얻는 것으로 이해하는 자들이 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당첨 되지 않아도 자기의 재산과 소득으로 살아가지만 복권에 당첨되면 하루아침에 많은 돈이 생기니까 예전에 누리지 못했던 것을 만끽하고 더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구원은 그런 것이 아니다. 구원이 없으면 그 자체는 파멸이고 죽음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을 살리고 건져내는 것이 구원이다. 그러니까 시인이 구원해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는 그분의 구원이 아니면 영원한 형벌과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에서 나온 부르짖음이다.
이런 모든 과정이 단순하고 쉽지 않다는 것을 본문은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눈물 양식으로 먹이시며 다량의 눈물을 마시게 하셨나이다”(5절). 왜 이렇게 아픔과 슬픔과 고통이 있어야 하는가? ‘이웃에게 다툼거리가 되고, 원수들의 비웃음’(6절)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고통과 아픔이 있어야만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에 주께서 그런 과정을 허락하시는 것이다. 예수님의 가신 길을 택한 백성들은 따라가는 자이다. 구약의 성도들은 미리 그 길을 갔다고 할 수 있다.
성도의 존재란 하나님의 자기희생을 통해 새롭게 창출한 생명이다. “한 포도나무를 애굽에서 가져다가 열방을 쫓아내시고 이를 심으셨나이다”(9절) 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스라엘이 그저 생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직접 그들을 골라 선택하셨고, 그들을 애굽에서 뽑아내는 과정에서 자기 피를 흘리셨다. 이런 엄청난 값을 지불하시고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산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귀한 생명들이 이방에 의해 짓밟혀야 하는가? “길에 지나는 모든 자로 따게 하셨나이까”(12절) “수풀의 돼지가 상해하며 들짐승들이 먹나이다”(13절) 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환란과 풍파가 밀려왔다.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저버리고 과거 애굽에서의 시절로 되돌아갔기에 하나님이 그들을 채찍하신 결과이다. 즉 이스라엘이 다시 이방인처럼 행동했기에 그들을 이방인 취급 하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영원히 버려두시지는 않는다.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시인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기도한다. “주의 우편에 있는 자 곧 주를 위하여 힘 있게 하신 인자의 위에 주의 손을 얹으소서”(17절) 라고.
결국은 인자되시는 예수님이 오셔야만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 즉 하나님이 언약하신 그 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기에 시인은 하나님께 인자를 보내주실 것을 요청하고 있고, 그 인자가 오셔야만 “우리가 구원을 얻으리이다”(19절) 라고 했다. 인자되신 예수님만이 하나님이 약속하신 모든 것을 이루실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