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이 말씀을 생각해 보면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예수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말이고, 예수님이 십자가 지신 그 일 아니면 결코 아버지께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1절 말씀 “하나님이 유다에 알린바 되셨으며”라는 구절도 하나님이 자기 택한 백성에게 계시해주셔서 알게 되었다는 식으로 단순히 주장해서는 곤란할 것 같다. 이 구절 역시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가 개입되어야 하나님의 알려주심이 온전히 성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고,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면 아무라도 예수님께 갈 수 없는(요6:44) 이 놀랍고 엄청난 사실을 아는가? 어느 날 갑자기 꿈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길을 걷다 우연히 하늘을 쳐다봤는데 구름 속에 예수님의 얼굴을 보았다는 식으로 하나님을 알고 믿는다는 말은 다 허황된 것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이 임하지 않는 한 예수님을 알 수 없고, 예수님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다 거짓이다.
‘하나님이 유다에 알린바 되셨다’는 것은 선택적 은혜를 말씀하고 있다. 아무에게나 하나님은 자신을 계시하는 분이 아니다. 야곱을 사랑하고 에서를 미워했듯이 일방적이고 선택적으로 다가가시는 분이다. 이 일방적 선택적 사랑은 사랑을 입은 자에게는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음을 고백하게 한다. 아무 공로도 없는 자를 의롭다고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거저 감격할 뿐이다(롬4:5). 그러나 그 사랑을 입지 못한 자는 원망과 불평이 아니 나올 수 없다. 어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사랑이 베풀어지는가 하고.
“그 이름은 이스라엘에 크시도다”(1절) 라는 구절을 생각해 보자. 하나님은 더 없이 존귀한 분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모두에게 존귀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허물과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예수님의 그 사랑을 믿고 감사하는 자에게만 그 이름이 크고 존귀하지 믿음 없는 자에게는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가 어리석고 불쌍한 자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기에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고 대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화목제물로 드려져서 하나님이 영광 받는다.’(롬3:23-25)는 말씀이 있는데, 성도는 이 말씀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게 여겨진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자기의 노력과 충성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쓰고 발버둥 쳐도 불가능하기에 다른 방법이 있어야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화목제물이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유일한 길이 아들을 십자가에서 죽게 하신 일이다.
그러나 화목제물의 의미를 모르는 자는 위 구절이 굉장히 불쾌하게 여겨진다. 이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것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없다니 어찌 노엽지 않겠는가.
“그 장막이 또한 살렘에 있음이여 그 처소는 시온에 있도다”(2절)는 구절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과 함께 거하시겠다는 약속이다. 예루살렘에 성전을 짓게 하시고, 그 성전에서 희생제물을 드릴 때 그것을 흠향하시는 분이 여호와 하나님이시다. 이 말씀 역시 아들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서 자기 백성을 용납하시고 그들과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이다.
예수님의 실력을 아는 자는 더 이상 자기 실력을 내세울 수 없다. 그러나 예수님을 모르는 자는 끝까지 자기 힘과 지혜를 앞세운다. 3절에 “화살과 방패와 칼과 전쟁을 깨치셨도다”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것은 주를 모르는 자들이 자기 힘을 의지하고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런 인간들의 자기 과시를 하나님께서 무용지물로 만드셨다는 것이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못한다.’(히11:6)는 말씀이 있다. 그런데 이 말씀을 믿음 없는 자가 받으면 희한한 발상이 나온다. 하나님이 믿음을 기뻐하시니까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든 믿음을 소유해야겠다고.
이보다 더 어리석은 발상은 없다.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이다(엡2:8). 즉 하나님이 주셔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은 자신이 선물로 주신 믿음 있는 자를 기뻐하신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주신 믿음이 없는 자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진노하시는 하나님이 실상은 그 심판받을 자의 눈을 멀게 하셔서 그 아들을 보지 못하게 하셨고, 보지 못하기에 당연히 멸시하고 외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 때문에 진노하시고 심판을 퍼 붓는 하나님이다.
‘주께서 한번 노하실 때에 누가 주의 목전에 서리이까 주께서 하늘에서 판결을 선고하시매 땅이 두려워 잠잠하였다.”(7-8절)고 하신다. 이런 주님의 무서운 진노 앞에 그 누구도 서지 못한다. 모두가 그분의 엄위하심 앞에 경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