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은 왕이 된 후 일천 희생으로 번제를 드리면서 하나님께 부귀와 장수와 명예를 구한 것이 아니라 백성을 잘 다스릴 지혜를 구한 적이 있는데(대하1장), 본 시편에서도 이런 심정으로 “주의 판단력을 왕에게 주시고 주의 의를 왕의 아들에게 주소서”(1절) 하고 기도한다.
사람의 판단력은 모두가 죄악에서 나온 것이기에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러기에 이런 안목으로는 하나님이 주신 백성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왕은 주의 판단력을 허락해 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주의 판단력으로 사람을 보면 ‘모든 사람은 죄인이기에 하나님의 영광이 이르지 못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인간들은 무슨 짓을 해도 죄일 뿐 하나님이 기뻐 받을만한 것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생각 자체를 접어야 한다. 대신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아들의 화목제물이다. 성도는 이 화목제물 안에서만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롬3:23-25).
그러나 인간의 판단력으로 인간을 보면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 성경 말씀처럼 인간의 모든 행위가 죄일 수는 결코 없다. 선행도 있고 악행도 있는데 이것은 인간 스스로 절제하고 조절하면 얼마든지 더 많은 선을 행할 수 있고, 이런 노력과 열정은 하나님도 기뻐하신다고 믿는다.
이 얼마나 큰 차이인가? 모든 사람은 죄인이라 하나님의 영광에 이를 수 없다는 시각과, 각자의 행실에 따라 죄인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고 의로운 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또 주의 판단력으로 세상을 보면, 이 세상 모두는 불타 없어질 심판의 도성이다(벧후3:12). 하늘도 불타고 땅도 녹아 없어진다. 그러니 이 땅에서 누리는 영광이나 쾌락 역시 세상과 함께 잠시 있다 사라져 버릴 것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결코 그런 세상이 아니다. 날로 번성하고 발전해서 점차 더 살기 좋은 터전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즉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나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모시켜 갈 수 있는가가 달려 있다. 그래서 더 좋은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꿈에 부풀어 있다.
무엇하나 인간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일치하는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인간이 피조물로서의 본분을 떠나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처럼 되려하다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주의 의를 왕의 아들에게 주소서” 라는 구절을 생각해 보자. ‘주의 의’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인격을 수양하고 학문을 통해서 지식을 쌓고 다양한 경험으로 방법을 익힌다 할지라도 이런 것으로는 ‘의’가 나올 수 없다. ‘의’는 오직 ‘주’에게서만 나온다. 그래서 시인은 ‘주의 의’를 구하고 있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우리가 절제하고 양보하고 노력하면 의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너도나도 아름다운 행실을 통해 다른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쓴다. 그리고 이런 행실을 하므로 하나님도 기뻐하시고 자신에게도 유익이 돌아오는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인간들이 생각하는 ‘의’를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의 삶이 이 땅에서가 전부라면 굳이 하나님의 의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이 세상에서 통용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없을 테니까. 그러나 이 세상은 잠시 잠깐 있다가 사라져버릴 임시적인 것이고 마지막 날에는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되는데 그분의 진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주의 의’ 뿐이다.
“의로 인하여 --백성에게 평강을 주며”(3절) 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평강도 ‘주의 의’가 있을 때만 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생각으로는 세상 물질이 우리에게 평강을 안겨줄 수 있다고 여긴다.
‘주의 의’나 ‘평강’ 이런 것들은 이 땅에서 혹은 인간에 의해서 발생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아버지와의 약속에 의해 십자가에서 화목제물로 드려질 때 발생되는 특별한 것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만이 영원한 왕으로 세상을 통치할 분이시다. 주의 판단력을 가진 분이 예수님이고, 주의 의를 가진 분도 예수님뿐이다. 따라서 세상 나라가 좋은 지도자를 만나 행복할 것은 꿈꾸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주님과 더불어 영생할 나라를 소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