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는 성전에 올라가면서 부른 노래인데, 주제는 죄를 사하시는 여호와를 찬송하고 있다.
1절에 “여호와여 내가 깊은 데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깊은 데’는 죄악의 수렁, 사단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를 말한다.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3일 밤낮을 기도한 것처럼 예수님은 사흘을 땅속에 있었다. 이곳이 깊은 데다.
모든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고 생명나무가 있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어 사단이 지배하는 세상에 머물게 되었는데, 여기는 생명나무가 없는 곳이고, 시인이 말하는 ‘깊은 데’다.
이 깊은 곳에서 주께 기도하게 된 것은 이미 주님의 은혜가 임한 자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은혜가 임하지 않으면 자신이 현재 있는 자리가 죄악의 수렁인 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주의 은혜가 임하니 자신이 죄악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깊은 데’서 건져 달라고 주께 부르짖게 된 것이다.
2절[“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간구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은 언약을 믿는 성도의 기도다. 주님은 자기 백성의 간구를 들으시는 분이고, 간구할 때 응답하신다고 약속하셨다. 그래서 그 약속을 바탕으로 기도한다.
3절은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감찰하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이까”라고 묻고 있다. 불꽃 같은 눈으로 온 천하를 엄중히 살피시는 주님 앞에 그 누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여호와는 자기 백성의 간구를 들으시는 분이고, 또 구하면 응답하시겠다고 약속하셨기에 수렁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고 여호와께 건져달라고 간구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이것이 1절과 2절의 내용이다.
그런데 3절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게 흐르고 있다. ‘죄악을 감찰하시는 주님 앞에 감히 설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내가 내 모습을 보니 차마 거룩하신 주님 앞에 도저히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사6:5)”라고 했고, 베드로는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5:8).”라고 했고, 바울은 “빛의 광채를 인하여 볼 수 없게 되었으므로-- 사람들의 손에 끌려 다메섹에 들어갔노라(행22:11).’라고 기록하고 있다.
4절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케 하심이니이다.” 이 구절은 앞의 구절을 뛰어넘는 말씀으로, 감히 주님 앞에 설 수 없는 죄인이지만 주를 경외케 하시려는 주님의 뜻을 따라 주께 기도하게 되었고, 그 기도는 ‘깊은 데서 건져 주실 것(사유하심)’을 간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유하심’이 우선이 아니라 ‘주를 경외케 하심’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인간들은 자신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려 든다. 이는 사단의 심보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피조물)이 하나님(창조주)을 이용할 수 없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지음 받은 우리는 주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에 활용당할 뿐이다.
5절 “나 곧 내 영혼이 여호와를 기다리며 내가 그 말씀을 바라는도다.” 이 구절 역시 하나님의 언약을 믿고 소망하는 성도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나(또는 내 영혼)’는 ‘그분의 말씀(언약)’을 바란다고 했다. 그 이유는 세상이 말씀으로 지어졌고, 말씀대로 운행되고, 말씀하신 대로 결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롬11:36).
6절 [“파숫군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숫군의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은 하나님의 언약을 사모하고 기다리는 성도의 마음을 파숫군이 아침을 기다리는 것과 비교하고 있다.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함이 전제되어 있고, 속히 소망하는 환경으로 바뀌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성도는 이 세상 삶에 만족할 수 없다. 그러기에 주님이 속이 오시기를 바라며 그날을 사모하며 산다. 바울은 그런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는 그것이라(고전5:8).”
8절[“저가 이스라엘을 그 모든 죄악에서 구속하시리로다.”]은 하나님의 약속이기에 성도라면 당연히 이 약속을 믿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 ‘모든 죄악에서 구속하심’이 있어야만 영원히 주와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에 올라가면서 이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신약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아들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셔서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죽게 하시고, 그것을 통해 예수님이 주님의 자리에 앉으시고 영광 받으실 때, 아버지도 함께 영광을 받는 것이 아버지와 아들이 언약하신 내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