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히브리어 알파벳 스물두 번째인 타브( ת )로 시작되며, 주의 말씀대로 살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119편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169절은 “주의 말씀대로 나를 깨닫게 하소서.”, 170절은 “주의 말씀대로 나를 건지소서.”, 173절은 “주의 손이 항상 나의 도움이 되게 하소서.”, 175절은 “주의 규례가 나를 돕게 하소서.”, 176절은 “내가 유리하오니 주의 종을 찾으소서.”라고 간구했다.
세상은 오직 주의 말씀대로만 움직인다는 것(언약을 벗어난 세상은 없음)을 깨닫게 된 시인은 온통 주의 말씀에 집중한다. 그래야만 주님을 제대로 알고 찬양할 수 있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말씀으로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우리 눈으로 확인하거나 만질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러기에 오직 말씀을 통해서만 그분을 만나게 되고 그분의 뜻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 성도가 주의 말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성령의 이끄심이며 지극히 큰 은혜다.
신약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느니라(히4:12-13).”
171절 “주께서 율례를 내게 가르치시므로 내 입술이 찬송을 발할지니이다.” 이 구절에 따르면, 주의 율례(말씀)를 모르면 찬송할 이유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성립된다. 그러기에 시인은 당당하게 하나님께 요구한다. ‘율례를 내게 가르쳐 주소서’라고.
찬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찬송의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시인의 간구는 주님의 뜻에 따른 것이기에 응답 또한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심이라. 우리가 무엇이든지 구하는 바를 들으시는 줄을 안즉 우리가 그에게 구한 그것을 얻은 줄을 또한 아느니라(요일5:14-15).”
172절[“주의 모든 계명이 의로우므로 내 혀가 주의 말씀을 노래할지니이다.”]은 주님(혹은 주의 말씀)을 찬송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언급하고 있다. 즉 주의 모든 계명(말씀)은 지극히 옳고 정당한 것이기에 그 말씀을 주신 주님을 노래하고 경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주님은 자신이 선포하신 말씀(계명)을 무엇 하나 미흡함이나 어긋남이 없이 말씀하신 그대로 성취하시는 분이다. -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5:18).”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면서 ‘다 이루었다(요19:30)’고 선언하셨다. 그러니까 성경의 모든 말씀은 예수님이 십자가 지심으로 완성되었다.
174절 “여호와여 내가 주의 구원을 사모하였사오며 주의 법을 즐거워하나이다.” 이 구절에서, ‘내가 주의 구원을 사모하였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구원이 있다면 구원을 원치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절은 그런 측면에서 한 말이 아니다.
주의 약속이 아니면 그 누구도 죄에서 구원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씀을 통해서 깨닫게 된 시인은 그 말씀에 근거해서 ‘주의 구원’을 사모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뒤에 연결되는 말씀을 통해서 확실하게 증명된다. ‘주의 법을 즐거워하니이다.’ 그러기에 ‘주의 구원을 사모하는 것’과 ‘주의 법을 즐거워하는 것’은 절대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176절 “잃은 양 같이 내가 유리하오니 주의 종을 찾으소서 내가 주의 계명을 잊지 아니함이니이다.” 여기서 ‘내가 유리합니다’와 ‘내가 주의 계명을 잊지 않았습니다’는 잘 연결이 안 되는 것 같다. 주의 계명을 잊지 않았다면 유리할 이유가 없지 아니한가?
그러나 이 구절을 잘 살펴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 ‘잃은 양 같이 내가 유리하오니’라고 한 것은, 자신의 형편을 스스로 살펴보아 알게 된 것이 아니고 주의 말씀에 근거한 결론이다. 모든 인간은 목자 잃은 양과 같이 유리, 방황하며 산다(사53:6).
그리고 또 목자가 잃은 양을 찾을 때만이 그 양은 생명을 얻을 수 있음을 주께서 말씀하셨기에 그 말씀을 의지하고 ‘주의 종을 찾으소서’라고 했고, 그 점을 ‘내가 주의 계명을 잊지 아니함이니이다’라고 했다.
성도는 스스로 말씀에 순종하고 주님의 뜻을 따르며 구원에 이를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이런 인생은 없다. 오직 주님의 택한 백성은 주께서 흘리신 대속의 피로 말미암아 정결케 되고, 주님의 피를 자랑하는 자로 살게 하신다.
주의 말씀을 사모하고, 잊지 않고, 그 말씀을 믿고 찬양하는 자는 이미 주의 피로 씻음 받은 자다. 이런 자를 ‘주께서 찾으신 종’이라 했고, 이런 자만 주님의 피를 자랑하고 찬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