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히브리어 알파벳 열일곱 번째인 페(פ)로 시작되며, 주의 말씀을 사랑함으로 핍박을 받게 된 자신을 구속해 달라(말씀에 굳게 세우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다.
129절에 “주의 증거가 기이”하다고 했는데, 이는 사람들의 지혜나 교훈과는 도무지 비교할 수 없는 ‘주의 말씀(증거)’의 놀랍고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점을 말한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장차 이 땅에 오실 메시아를 ‘기묘자(사9:6)’라 했는데 이와 유사한 의미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분이 예수님이다. 구약에서는 말씀의 기이함을 말했다면 신약에서는 예수님이 기묘한 분으로 활동하셨다. 즉 첫째 아담(인간)의 모습과는 판이한 마지막 아담(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다.
130절 “주의 말씀을 열므로 우둔한 자에게 비취어 깨닫게 하나이다.” 이것은 ‘주의 말씀’이 아니면 인생은 영원히 우둔한 자로 살다 죽을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사단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주의 말씀 없이도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모두가 ‘우둔한 자’의 망상일 뿐이다.
129절과 130절을 연결해 보면, ‘주의 말씀’만이 ‘우둔한 자에게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기이’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주의 말씀이 아니면 인간은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131절에는 “내가 주의 계명을 사모하므로 입을 열고 헐떡였나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말씀을 사모하는 시인의 심정을 ‘굶주린 짐승이 먹이를 발견하고 입을 열고 헐떡이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상은 온통 땅의 것(돈과 명예와 권력 등등)을 사모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만 보인다. 그런데 주의 말씀을 사모하는 자가 있다니 참으로 의아하다. 우둔한 자는 결코 주의 계명이 소중한 줄 모르기에 사모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의 말씀이 능력으로 다가와(비취어) 깨닫게 된 자는 더 이상 땅의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잠시 있다 사라져 버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 말씀은 영원히 변치 않기에 그 말씀을 사모하게 된다.
132절 “주의 이름을 사랑하는 자에게 베푸시던 대로 내게 돌이키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이 구절은, 주를 사랑함으로 고난과 핍박을 당하고 있는 성도가 기도하는 내용이다.
성도에게 주님의 ‘긍휼’이 없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를 사랑하는 것’도 사람의 의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듯이 ‘주의 긍휼’ 또한 인간이 바란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가 먼저 찾아오셔서 만나 주실 때 주를 만난 자는 주님의 사랑을 알고 주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맛본 자는 계속 주님의 ‘긍휼(용납하심)’을 갈구하게 된다. 주님 때문에 주를 사랑하게 되고, 또 주님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핍박을 받게 되고, 이런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 속에서 더욱 주님을 바라보게 되니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다.
133절 “나의 행보를 주의 말씀에 굳게 세우시고 아무 죄악이 나를 주장치 못하게 하소서.” 이 말씀은, ‘주의 말씀’에서 벗어나면 죄악에 빠지는 것임을 알기에 ‘나의 발걸음을 주의 말씀에 굳게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말씀에 굳게 서 있을 때는 ‘죄악이 나를 주장치 못하는 상황’임을 말하고 있다.
예수 안과 밖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죄와 의가 나뉘고, 사망과 생명이 갈린다.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기는 것 또한 인간의 의지가 아닌 성령의 은혜다.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5:24).”
134절 “사람의 압박에서 나를 구속하소서 그리하시면 내가 주의 법도를 지키리이다.” 이 구절은 마치 하나님과 사람이 흥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주님이 나를 사람의 압박에서 건져주시면 내가 주의 법도를 지키겠습니다.’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거래나 흥정이 아닌 주님의 일하심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가를 보게 한다. 즉 주님에 의해 구속함을 받은 성도는 주의 법에 따라 살게 된다는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주님의 대속을 맛본 자는 주님의 대속의 능력을 찬송하며 살게 된다는 말이다.
세상은 사단의 권세 아래 놓여 있다. 그래서 복음의 광채가 비취는 것을 잠시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도에게는 십자가 복음의 능력이 작렬하는 자리에 놓이기에 사단의 정죄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것을 ‘사람의 압박에서 나를 구속하소서’라고 했다.
135절 “주의 얼굴로 주의 종에게 비취시고 주의 율례로 나를 가르치소서.” 이 구절은, 주님과 성도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상황이 가장 행복함을 고백한 것이다. 얼굴이 아닌 등을 보인다는 것은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는 상황이다(렘2:27).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13:12).”
136절 “저희가 주의 법을 지키지 아니하므로 내 눈물이 시냇물 같이 흐르나이다.” 성도는 주의 법을 떠나 살아가는 자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분노가 교차한다. 여기에서 눈물은 이 둘을 다 포함한다.
말씀을 거절하는 자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들의 미래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거든 저주를 받을지어다(고전16:22).”라고 하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