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히브리어 알파벳 열다섯 번째인 싸멕( ס )으로 시작되며, 생명과 사망을 나누는 기준이 말씀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행악자는 멀리 떠나고 오직 말씀에 붙들려 살기를 간구하고 있다.
113절에 “내가 두 마음 품는 자를 미워하고 주의 법을 사랑하나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미워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대비시키고 있다. 즉 ‘두 마음’과 ‘주의 법’의 대비다.
주의 법은 인간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제공된 것이다. 그러기에 두 마음(하나님과 우상에 마음이 나뉘어짐)은 용납되지 않는다.
114절은 자신을 전쟁터에 나간 군사로 비유하면서 “주는 나의 은신처요 방패시라”고 했다. 아마 적들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주께서 유일한 은신처이며 방패임을 고백한 것이다. 성도의 삶은 늘 영적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사도 바울도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엡6:11-12).”고 했다.
영적 전쟁에서 성도가 기대할 것은 오직 주의 말씀뿐임을 시인의 고백(“내가 주의 말씀을 바라나이다”)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115절 “너희 행악자여 나를 떠날지어다 나는 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리로다.” 여기서도 둘의 상반된 개념을 대시시키면서 진리를 드러내고 있다. ‘행악자’와 ‘하나님’이 대비되고, ‘떠남’과 ‘지킴’이 대비되고 있다.
행악자를 향하여 ‘나를 떠날지어다’라고 명령하면서 그와는 반대로 ‘나는 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리로다.’라고 했다. 떠나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116절 “주의 말씀대로 나를 붙들어 살게 하시고 내 소망이 부끄럽지 말게 하소서.” 이 구절에서는 두 가지 바람이 연결되어 있다. ‘말씀대로 살게 하시고’와 ‘내 소망이 부끄럽지 말게 하소서’라는 것이다.
성도에게 부끄러움은 마지막 날(최후 심판 때) 주님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다.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마25:41).”
부끄러움과 정반대 상황은 “그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 --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34-40).”는 예수님의 선언이다.
117절 “나를 붙드소서 그리하시면 내가 구원을 얻고 주의 율례에 항상 주의하리이다.” 이것은 ‘주께서 나를 붙들어 주셔야 구원을 얻을 수 있고, 주의 율례에 항상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구원은 주님의 붙드심이 관건이지 구원받기 위해서 인간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118절 “주의 율례에서 떠나는 자는 주께서 다 멸시하셨으니 저희 궤사는 허무함이니이다.” 이 구절은 ‘주의 율례를 떠나는 자의 결말’을 선명하게 그려주고 있다.
인간의 선택은 자신의 유익을 고려한 결정이다. 주의 율례를 떠나는 자는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기에 떠난다. 그러나 그들의 판단은 근시안적 시각에 따른 것임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만약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었다면 결코 주의 율례를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주의 말씀은 인간의 한계성과 하나님의 무한하심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주의 말씀을 외면하는 것은 사단의 유혹 때문이다. 인간은 사단을 이길 수 없기에 주의 말씀을 떠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주님의 택한 백성들은 사단의 권세에서 벗어나도록 주께서 역사하신다. 그 결과 주의 백성은 주의 말씀에 이끌리고 그 말씀을 따르게 된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요10:27).”
119절 “주께서 세상의 모든 악인을 찌끼 같이 버리시니 그러므로 내가 주의 증거를 사랑하나이다.” 이 말씀도 앞 절과 같이 마지막 때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악인의 결말은 버려짐이다.
120절 “내 육체가 주를 두려워함으로 떨며 내가 또 주의 판단을 두려워하나이다.” 이것은 말씀대로 시행하시는 주님이 경외할 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구절에서는 ‘두려워한다’는 표현을 반복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주님의 심판은 육을 가진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두려운 것이다. 조금의 여지(긍휼)도 없어 파멸해 버리는 것이 주님의 심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말씀은 가볍게 넘길 수 없고, 그 말씀을 시행하시는 주님을 경외(두려운 마음으로 섬김)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깨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느니라(히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