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여호와를 의지하라”는 말씀으로 시작된다. 이는 앞 구절(4-8절)에서 ‘우상은 사람의 수공물이라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의지하는 자가 그(우상)와 같다’는 논지에 이어 펼치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우상을 섬기는 헛된 짓에서 벗어나 참된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9~11절에서 “여호와를 의지하라”는 말씀을 반복하면서 그 대상을 셋으로 나눠 말씀하고 있다. 처음(9절)에는 ‘이스라엘아’라고 했고, 둘째(10절)는 ‘아론의 집이여’라고 했고, 셋째(11절)는 ‘여호와를 경외하는 너희는’라고 했다.
대상을 셋으로 나눠 말씀하신 이유부터 살펴보면, 처음 ‘이스라엘’이 거론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할 대상이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아론의 집’이 거론된 이유는 그들이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지파이기 때문이고, 마지막으로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가 나오는데, 이것은 범위를 넓혀 이방인 중에서도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라면 마땅히 여호와를 의지하는 것이 합당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상을 달리하면서 세 번이나 ‘여호와를 의지하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내용의 중요성 때문에 강조할 목적으로 그런 형태를 취한 것이다.
그리고 여호와는 자신을 의지하는 자에게 ‘도움’이 되시고 ‘방패’가 되시는 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2~13절에서는 ‘복을 주시는 여호와’를 소개하고 있다. 앞 구절(9~11)의 ‘의지할 분 여호와’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여기서도 앞의 구조와 같이 복 받을 대상이 처음에는 ‘이스라엘’ 그리고 ‘아론의 집’ 마지막으로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로 나온다.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가 복을 받게 되는데, 12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우리를 생각하사 복을 주시되”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아무에게나 여호와의 복이 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1) 이스라엘, 2) 아론의 집, 3)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로 국한된 것이다.
이것을 바꿔 말하면, 하나님의 택한 백성에게 하나님은 복을 주시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시며 방패가 되신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여호와를 의지하라’는 말씀이 아무에게나 뿌려지는 말씀이 아니고, 또 누구나 듣고 순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사야 43장 21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이 백성(이스라엘)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 이 구절에 의하면 여호와 하나님이 자기를 찬송하도록 자기 백성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측면에서 말하면,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 자들은 여호와를 찬송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15절을 보면 “너희는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께 복을 받는 자로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에게 해당되는 말씀이란 것이다.
여기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성경에서 거론된 이스라엘은 국가 이스라엘과 그 혈통적 후손을 말씀하심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기 피로 창조한 자를 자기 백성, 이스라엘이라 하신 것이다(갈3:16).
14절에 “여호와께서 너희 곧 너희와 또 너희 자손을 더욱 번창케 하시기 원하노라”는 말씀 역시 언약의 백성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번창케 하신다는 말씀이다.
16절에서 “땅은 인생에게 주셨도다”는 말씀은, 하나님의 백성은 이 땅에서 여호와를 찬송하고 경배하도록 이 땅에 보내졌고, 이 땅은 성도가 주님을 찬송할 터전임을 밝힌 것이다.
17절에서는 “죽은 자가 여호와를 찬양하지 못하나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18절 말씀을 강조하기 위한 시적 표현이다. “(살아 있는)우리는 이제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송축하리로다.”
하나님이 우리를 살려두신 이유는 하나뿐이다. 여호와를 찬송하고 경배하게 하기 위함이다.
다시 9절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이 구절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슬쩍 읽는다면 “여호와를 의지하라. 그는 너희 도움이시요 너희 방패시로다.”라고 보이고, 그래서 ‘여호와는 나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고 방패가 되시는 분이기에 여호와를 의지하자.’ 이런 식으로 이 말씀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9절은 ‘이스라엘아’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러기에 아무나 여호와를 의지하면 여호와께서 방패가 되어주시는 것은 아니다.
12절 역시 ‘복을 주시는 여호와’는 분명한데, 그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하나님은 자기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셔서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죽게 하셨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이들이 하나님께 복을 자며, 영원히 주를 송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