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본 시의 마지막 부분인데, 애굽을 떠날 시점부터 광야를 거쳐 가나안에 정착할 때까지의 상황을 서술하면서 하나님이 어떻게 개입하셨는지 보여주고 있다.
37~38절은 출애굽 시점의 일인데, 37절에서 “그들을 인도하여 은금을 가지고 나오게 하시니 그 지파 중에 약한 자가 하나도 없었도다.”라고 했고, 38절에는 “그들이 떠날 때에 애굽이 기뻐하였으니 저희가 그들을 두려워함이로다.”라고 했다.
애굽은 강자고 이스라엘은 약자다. 그러기에 애굽 왕이 원치 않으면 이스라엘은 결코 애굽을 떠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은금을 가지고 나오게 되었고, 애굽이 기뻐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출애굽 당시의 상황을 성경을 통해 보면, 애굽 땅은 하나님이 내리신 재앙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애굽의 통치자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지 않고 버티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 애굽 백성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스라엘 백성이 떠나야 자신들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들이 가진 은금을 주면서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떠나기를 소망했고,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며 기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39~41절은 광야 생활 중 경험한 일이다. 구름 기둥과 불 기둥으로 갈 길을 인도하셨고(39절),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거리를 제공하셨고(40절), 반석에서 물이 나오게 하셔서 마시게 하셨다(41절).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간 떠돈 광야는 사막 지역이다. 이곳은 강수량이 적어서 식물이 살기 힘들고, 또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심해서 사람이 거주하기 힘든 환경이다. 이런 곳으로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인도하셨고, 그곳에서 당신의 능력으로 그들을 보살피셨다는 것이다.
44절은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을 노래하고 있다. 이 또한 인간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곳에는 이미 거민이 있었고, 그들은 강한 민족이었다. 그런 곳을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거처로 제공하신 것이다.
“열방의 땅을 저희에게 주시며 민족들의 수고한 것을 소유로 취하게 하셨으니(44절)”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나안(열방의 땅)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셨고, 그곳 사람들이 수고하여 이뤄놓은 성읍과 집, 농작물을 값없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인간들의 관점으로 보면 강도짓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위해 직접 행하셨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왜 하나님은 무례한 방식으로 일하신 것일까?
그 이유는 42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그 거룩한 말씀과 그 종 아브라함을 기억하셨음이로다.”
여기서 ‘거룩한 말씀’과 ‘종 아브라함을 기억하셨음’에 주목하자. 이 구절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언약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이처럼 특이한 일을 벌이신 이유는 아브라함 언약 때문이란 말이다.
45절에는 “이는 저희로 그 율례를 지키며 그 법을 좇게 하려 하심이로다.”라고 했다. 이 구절은 본 시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이스라엘)에게 당신의 율법을 따르게 하시려고 이런 일을 벌이셨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또 의문이 발생한다. 도대체 하나님의 율례가 무엇이기에 애굽 백성, 가나안 거민을 작살내면서까지 이스라엘을 가나안으로 옮기셨는가?
출애굽 과정에서 바로가 하나님의 백성을 내보내지 않아 그 땅에 재앙이 임한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홍해 사건을 놓고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다를 육지로 만들어 건너게 하시면서, 애굽 군사들에게는 바닷길을 막아 물에 빠져 죽게 하셨다.
이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가나안에 사는 사람들을 진멸하라고 하셨다(신7:2). 이건 너무 지나친 폭력 아닌가? 자기 백성 살리려고 남의 나라 백성을 죽인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찬찬히 살펴보면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나안 거민이 진멸 대상이 된 이유는, 그 땅에 죄가 관영했기 때문(창15:16)이다. 이처럼 죄가 있는 자는 심판을 받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나안 거민이 진멸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당신의 율례를 좇게 하시려고 이런 일을 행하셨다는 것이 중요하다.
죄인은 진멸 대상이다. 그래서 애굽 백성도 심판받았고, 가나안 거민도 진멸 당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그들 역시 진멸 대상이지만 하나님의 약속(어린양의 피)으로 말미암아 살게 되었다. 이것을 보여주시려고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옮기셨다.
그러니까 시인이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이 위기에서 건짐받은 것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당신의 언약을 이루시는 것을 기뻐하며 찬양하고 있다.